R&D 사업 수행하는 31개 부처 조사 결과, 총 3560억 4100만원 매몰비용 발생

과기부, 과제 77.94%가 기초연구 분야… 중기부, 매몰비용 705억으로 최다

권향엽 의원, “윤석열이 무너뜨린 R&D 생태계 복원에 최선… 제도개선 입법 추진”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매몰(손실) 비용이 최근 2년간 3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들어났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국정감사를 위해 전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에 따른 ‘24~’25년 31개 부처의 매몰비용은 총 3560억 4100만원이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24년부터 ‘비효율 개선’을 이유로 국가 R&D 예산을 줄인 이후 전 부처의 피해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R&D 예산 삭감으로 순탄하게 진행 중이던 사업이 과제 중단돼 매몰된 비용이 100억원이 넘는 부처만 6개에 달했다. 매몰비용은 △중소벤처기업부 705억 6800만원 △방위사업청 691억 8900만원 △산업통상자원부 637억 8100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614억 7300만원 △국토교통부 380억 1800억원 △국무조정실 286억 5100만원 순이다.

무엇보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 기술의 토대가 돼 선진국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기초 연구 분야 피해가 눈에 띈다. R&D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제 68개 중 기초 연구분야는 53개로 전체의 77.94%에 달했다. 사례를 보면 ‘4세대 유전자 교정기술 개발’, ‘차세대 이차전지 급속 충전 기술’ 등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연구가 다수 포함됐다.

이 같은 과제 중단으로 20~30대 신진 연구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자연·생명과학 연구직과 정보통신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의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모두 2만 8092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6% 급증한 수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비 삭감으로 주요 연구자들의 연구 기반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구직급여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있다.

산업 밸류체인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R&D 예산 삭감 손실 비용은 705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고용 안정성과 다양한 신기술 상용화에 집중해야 할 중소기업의 R&D 축소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AI와 반도체, 선박 등 미래 먹거리 분야 연구가 줄줄이 사라졌다.

세부 내용을 보면 ‘선박용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무시동 저속 추진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 개발’, ‘차세대 반도체 고급 패키징 공정용 결함 검출 및 높이 측정 복합장비 개발’ 등이다. ‘초고순도 불산의 순수 국산 양산화 기술 개발’ 등 기술 자립을 위한 국산화 과제 8건도 삭감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와 감염병 분야도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해당 분야에 R&D 지원을 맡았던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매몰비용은 691억원, 637억원이었다. 방사청의 미래 도전 국방기술 중 주요 중단 과제는 ‘야전 바이오매스 기반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 ‘무인자율 체계 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차세대 3차원 초소형 자이로(방향센서) 기술 개발’ 등이다.

현재 과기출연기관법에는 출연연 및 연구회가 기본 사업 운영권이 있지만 예산 집행 관련 사항은 빠져 있어 미래 장기 투자라는 설립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 의원은 “윤석열이 무너뜨린 R&D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올해 예산심사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과기출연기관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sangbae030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