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선수들이 블랙핑크를 엄청나게 좋아해…깊은 대화하려고 K팝 공부도 했죠.”
올해 우시 우고의 중국 갑급리그(2부) 승격을 이끈 ‘봉길매직’ 김봉길(60) 감독은 핵심 동력이 된 ‘원 팀 문화’를 구성한 과정을 언급하며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우시는 올해 을급리그(3부)에서 2위(19승7무4패·승점 64)를 차지하며 차기 시즌 2부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부에서 15위에 그치며 3부로 강등한 우시는 올 초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 2012~2014년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봉길매직’ 애칭이 따른 그는 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을 거쳐 지난 2019년 말 산시 창안 감독으로 부임, 중국 축구와 연을 맺었다. 원난성 18세 이하 대표팀 감독직을 거쳐 2023년 2부 소속 옌볜 룽딩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홈 20연속 경기 무패 신화를 지휘한 뒤 물러났는데, 당시 김 감독의 지도력을 눈여겨 본 우시 구단주가 러브콜을 보냈다.

우시는 강등 첫해 승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우시 모기업은 전기모터를 생산하는 업체인데 자금력이 풍족한 건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특유의 용병술 등을 발휘, 부임 첫해 승격을 지휘했다. 그는 “구단주는 처음에 내게 ‘우리는 많은 투자를 못하니 젊은 선수를 잘 키워달라’고 했다. 장기적인 비전을 품었다. 첫해 승격을 확정했을 때 나를 껴안으며 울더라. 정말 기대하지 않았나 보다”라고 말했다.
구단주의 기쁨을 더한 건 우시의 홈 승률이다. 옌볜 시절처럼 불패 신화를 이뤄냈다. 15경기에서 11승4무. 21골을 넣고 4실점했다. 승격의 디딤돌이었다. 김 감독은 “어느덧 중국 생활 6년 차가 됐다. 중국은 장거리 원정이 많은 게 특징이 있다. 원정 팀이 어렵다. 이 부분을 최대한 공략해서 홈에서 만큼은 승률이 높아야 한다. 홈 경기 ‘올인’ 전략을 썼는데 옌볜 시절에 이어 잘 됐다. 자연스럽게 관중도 늘어났다”고 웃었다.

애초 외인 쿼터도 없는 3부 지휘봉을 잡는 것을 두고 주위에서 반대 견해도 따랐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 공백기를 보내는 것보다 도전하고 싶었다. 당연히 고민했지만 우시가 진심으로 내 지도력을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공의 밑거름은 체질 개선이다. 김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 팀 분위기가 안 좋았다. 서로 인사도 잘 안 하고 훈련량도 적더라. 그런 부분을 다잡으려고 했다”며 “중국 선수들은 ‘한국인 감독이 와서 훈련만 더 시키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 선수 한명 한명과 깊은 소통으로 이해시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동력이 된 건 때아닌 ‘K팝’이다. 그중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가 존재했단다. “선수들이 K팝을 엄청 좋아한다. 그중 블랙핑크 음악은 경기 전,후로 틀어놓고 즐긴다. ‘한류’로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번은 식당에서 한 선수에게 ‘로제가 좋아, 제니가 좋아’라고 물었다. 깜짝 놀라며 웃더라.” 이른바 우시의 MZ세대 선수는 김 감독과 K팝을 주제로 대화하는 걸 흥미로워했다. 김 감독은 자연스럽게 축구와 관련한 얘기로 전환하면서 선수와 신뢰를 쌓았다.
김 감독의 훈련 과정과 경기 스타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며 코치, 선수단은 하나가 돼 갔다. 특히 소수 민족 출신으로 팀 내 최다 골(12골)을 기록한 케이세르 투르순의 성장도 따랐다. 김 감독은 “케이세르는 처음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었다. 소수 민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 여러 어려움도 느꼈나 보더라. 한 번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제멋대로 행동했는데 ‘난 팀이 중요하니까 다른 팀으로 가도 좋다’고 강하게 말한 적이 있다”며 “스스로 느낀 게 있었는지 나중에 내게 ‘죽어도 이 팀에서 하겠다’고 하더라. 이후 자세가 달라졌다. 팀이 승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낯선 3부 무대에서 ‘지도자 김봉길’은 한 뼘 더 성장했다. 현재 진행형이다. 2026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