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조진웅의 과거가 한순간에 물 위로 떠올랐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괄목할 존재감을 쌓아온 그의 행보는 단 하루 만에 방향을 잃었다.
논란은 예상보다 빠르게 번졌다. 조진웅이 고교 시절 차량 절도와 폭행, 더 나아가 중범죄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가 본명 대신 아버지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한 이유까지 연결되며 파장이 커졌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성폭행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예명 사용에 대해서는 “과거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음주운전, 후배·동료를 향한 폭행 시비 등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온갖 의혹까지 줄줄이 제기되며, 당초 소속사가 밝힌 조진웅의 예명 활동 이유인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 결심에서 비롯된 배우의 진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은퇴 선언 역시 논란의 불씨를 더했다. 조진웅은 “응원해준 분들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소속사가 대신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전했을 뿐, 당사자인 조진웅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피해자를 향한 명확한 사과도 미루며 은퇴라는 선택으로 논란의 무게를 피했다.
그가 쌓아온 커리어의 두께를 생각하면 이번 논란이 남긴 타격은 단순한 이미지 훼손을 넘어선다. 조진웅이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무게감을 입히는 배우였기에, 대중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내년 공개 예정이던 ’두 번째 시그널’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시그널’의 성공 신화를 이끈 주역이 다시 합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 안팎의 기대를 끌어모았지만, 21년간 봉인돼 있던 과거가 드러나며 모든 계획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제작사와 파트너사, 함께 호흡하던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은퇴는 끝맺음이 아니다. 대중은 여전히 묻고 있다. 조진웅 본인의 사과는 왜 끝내 피해자에게 닿지 않았는지, 성인이 된 이후 시점으로 거론된 폭력과 음주운전 의혹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도피성 은퇴 선언’이 진정한 책임의 형태인지에 대한 답변은 남겨져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