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한국에서 초연…3월 21일 개막
파시즘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 압축
‘타마라’의 자화상 등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전 세계를 매혹시킨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드 렘피카의 드라마틱한 삶을 노래하는 뮤지컬 ‘렘피카’가 아시아 최초 한국에서 초연된다. 무대 위에 압축한 그의 파란만장했던 58년 인생를 통해 혼란의 시대를 흡수한 예술의 혼을 극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렘피카’를 탄생시킨 레이첼 채브킨 연출은 22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삶과 그림 속에서 숨쉬는 정열적인 사랑과 상처의 치유에 대해 설명했다.
레이첼 연출은 한국 관객에게 ‘렘피카’를 소개하기 위해 해외 협력연출을 파견하지 않고, 21일 직접 방한했다. 그는 2019년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토니상의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 수상자로, ‘그레이트 코멧’ 등의 오리지널 연출로서 이미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제작자다. ‘렘피카’ 역시 2024년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주·조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드라마 리그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프로덕션’ 후보에 오르며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작품은 ‘렘피카’의 인생을 방대하게 설명하기보다 유럽의 파시즘의 시작과 여파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을 압축시켰다. 레이첼 연출은 “‘렘피카’의 시간은 그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 몰락해가는 ‘타데우스’와의 결혼생활, 매혹적인 ‘라파엘라’와의 관계 확장 등을 평행적 구도로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시대적 배경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자칫 작품을 어렵게 해석할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시기에 프랑스 파리로 피난 간 ‘렘피카’와 ‘타데우스’의 인생 재건 등의 장면이 있다. 이 밖에는 모호하게 그리고 있다”라며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순서로 몰입하기보다 ‘렘피카’의 감정 변화와 여정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강조했다.

‘렘피카’의 그림 속 인물들은 유독 비대칭적인 어깨를 드러낸다. 레이첼 연출은 “그의 그림이 차갑다고 평가되는 이유”라면서도 “자세히 보면 사람이 가진 완벽하지 않은 모습 또는 욕망, 상처를 가면 뒤에 가렸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의 아이코닉한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를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라고 전했다.
비형식적인 ‘렘피카’의 그림은 무대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레이첼 연출은 “‘렘피카’의 그림이 보여주듯 다양한 장면 연출을 위해 많은 각도를 탐구했다”며 “클럽을 배경으로 부르는 넘버 ‘우먼’에서 여성들만 뒤엉킨 그림 ‘아마존’이 등장한다. 또 그의 그림처럼 주·조연 배우와 앙상블이 특정 각도를 취하기도 한다”라고 핵심 장면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렘피카’ 자화상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에서 그가 품은 신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레이첼 연출은 “작품명 중 ‘오토(Auto)’는 스스로라는 뜻 외에도 자동차를 의미한다. 초록색 부가티에 앉아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는 그림”이라며 “그는 신여성의 개념이 수립되던 1930년대 여성 잡지의 표지를 많이 그렸다. 얼굴이나 이미지, 스타일 등의 표현에 힘을 실었던 화가로서, 신여성이라는 의미를 정의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라고 당시 그림으로서 저항을 표현한 여성 화가의 삶을 회자했다.
한편, 한국 초연을 위해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다. 자유를 갈망하며 자신의 욕망과 예술세계를 캔버스에 담아낸 ‘타마라 드 렘피카’ 역 김선영·박혜나·정선아가 무대에 오른다. ‘타마라’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라파엘라’ 역 차지연·린아·손승연이 캐스팅됐다. ‘렘피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마리네티’ 역은 김호영과 조형균이 맡는다. 그의 남편 ‘타데우스 렘피카’ 역에는 김우형과 김민철이 낙점됐다.
브로드웨이의 독창적인 감성에 예술가의 강렬한 아우라를 담은 ‘렘피카’는 오는 3월21일 서울 강남구 NOL 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에서 개막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