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프로그램이 있다. 누군가에겐 출근 전 잠깐 켜두는 방송이었다. 누군가에겐 하루를 여는 습관이었다. KBS1 ‘아침마당’ 이야기다.
지난 1991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아침 방송’의 상징처럼 자리해왔지만, 이제는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택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의외로 냉정했다. 지난 2월 KBS가 40~70대 시청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로그램 인식 조사에서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 건 “재미없음·따분함”이었다.
장수 프로그램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평가일 수 있다. 오랜 시간 유지해온 정체성이 오히려 지금 시청자에게는 정체된 인상으로 읽힌 것이다. 출연자 다양성 부족, 정보성 강화,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요구도 뒤따랐다. 결국 ‘아침마당’은 오래 버틴 프로그램이 아니라 달라져야 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핵심은 분명하다. 정적인 토크쇼 구조에서 벗어나 요일별 특화 포맷을 도입한다. 시청자 참여를 늘리고, 자체 앱 ‘티벗’과 ARS를 활용해 사연 접수와 실시간 투표, 퀴즈 참여, 의견 개진까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침을 지켜온 프로그램이 이제는 ‘함께 보는 방송’에서 ‘같이 움직이는 방송’으로 바뀌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아침마당’이 30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편 취지를 직접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아침마당’ 2MC 엄지인, 박철규 아나운서와 새롭게 합류한 패널 코미디언 정태호, 가수 나상도와 윤수현, 김대현 연출이 참석했다.
김대현 PD는 “시청자 참여, 재미, 디지털을 키워드로 변화를 준비했다. 큰 변화를 목표로 한 것보다 지금까지 ‘아침마당’을 사랑해 주신 분들의 의견을 받아서 부족한 점을 강화하는 개편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비슷한 톤으로 흘러가던 구성을 요일별 성격이 뚜렷한 포맷으로 나눴다. 월요일 ‘별부부전’은 별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관찰형 토크에 가깝고, 화요일 ‘소문난 님과 함께’는 셀럽과 주변인의 관계를 파고드는 토크쇼로 변화를 준다.
수요일 대표 코너 ‘도전! 꿈의 무대’는 기존의 상징성을 유지하되 패널을 강화했고, 목요일 ‘쌤의 한 수’는 생활 밀착형 정보 프로그램 쪽으로 무게를 둔다. 금요일 ‘퀴즈쇼 천만다행’은 아예 버라이어티 퀴즈쇼 형식으로 재편된다. 아침 방송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1000만 원 상금도 걸었다. 그간 ‘아침마당’이 보여주지 않던 종류의 긴장감이다.
과거 ‘아침마당’이 감동과 교양, 미담 중심의 안정된 흐름을 택했다면, 이번 개편은 예능 문법을 적극적으로 섞는다. 프로그램 스스로를 시사교양의 울타리 안에만 두지 않겠다는 신호다. 아침 시간대의 시청자는 여전히 중장년층이 중심이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 역시 이제는 무조건 정숙한 정보나 단정한 대화만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의미 있는 개편이다. 장수 프로그램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나이보다 관성인데, ‘아침마당’은 그 관성을 정면으로 손보겠다고 나섰다. 익숙한 프로그램이 달라진다는 건 때로는 큰 모험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 되는 시점도 있다. ‘아침마당’은 지금 그 갈림길에서, 꽤 분명한 쪽을 택했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