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갈수록 새 차를 안 산다”는 자동차 업계의 오랜 정설이 무색해졌다. 올해 1분기 20대의 신차 구매가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급증하며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지난해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이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반전이다. 굳게 닫혀 있던 20대의 지갑을 활짝 연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전기차(EV)’였다.
◇ 20대 신차 4대 중 1대는 전기차…‘캐즘’ 뚫고 시장 견인
국내 자동차 등록 통계 등을 종합하면, 올해 1분기 20대의 전체 신차 등록 대수는 약 2만여 대, 이 중 전기차 등록 대수는 4600여 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29%, 즉 세 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올들어 새 차를 뽑은 20대 4명 중 1명은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택한 셈이다.
20대의 폭발적인 구매 행렬은 전체 전기차 시장의 파이까지 키우고 있다. 20대의 전기차 쏠림 현상에 힘입어 1분기 전체 전기차 등록 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0% 가까이 덩달아 뛰었다. 한동안 일시적 수요 정체를 뜻하는 ‘캐즘(Chasm)’ 우려에 시달리며 부진을 면치 못하던 전기차 시장에 20대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큰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 천만 원 뚝 떨어진 찻값에 고유가 겹쳐 ‘가성비’ 자극

20대가 전기차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뚝 떨어진 ‘가격’이다.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20대의 소비 성향이 완성차 업계의 파격적인 할인 공세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에 더해,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찻값을 내리면서 구매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20대 구매 선호도가 높은 테슬라의 ‘모델Y’와 기아의 대중화 전기차 ‘EV3’ 등은 올해 초 최대 1000만 원까지 몸값을 낮췄다. 보조금까지 십분 활용하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저렴하게 차량을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20대의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중동 사태’ 여파로 치솟은 기름값은 20대의 전기차 쏠림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과 협상 진통으로 국제 유가가 연일 들썩이면서, 충전 비용이 저렴해 유지비 부담이 적은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이 한층 돋보이게 된 것이다.
◇ 카셰어링도 전기차 선호 뚜렷… “합리적 쏠림 현상 계속될 것”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빌려 타는 자동차 공유(카셰어링) 플랫폼에서도 20대의 전기차 선호 현상은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달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의 전기차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용 시간이다. 전기차의 평균 이용 시간이 내연기관차보다 2배 넘게 길었다. 이는 주행 거리가 길어질수록 내연기관차 대비 유류비 절감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20대 소비자들이 치밀하게 계산하고 실제 이용 패턴에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동차 시장에서 20대의 전기차 선호 현상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중동발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한 고유가 기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고유가 시대의 도래와 완성차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20대에게 전기차는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가 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