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우울증·대인기피증·무기력증 등으로 은둔형 히키코모리로 산 지 13년째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어요. 가사가 위로가 돼서 더디지만 이젠 세상 밖으로 한발 디뎌보고 싶습니다.”

AKMU(악뮤)의 신곡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아마도 2년 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이수현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듯 보인다. 깊숙한 어둠 속으로 향하고 있던 동생을 구하고 싶었던 오빠의 순수한 마음이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구원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트렌드를 역행한 음반이다. 가요계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온통 영어로 뒤범벅한 가운데 새 앨범 ‘개화’는 한글이 그득하다. 칼각으로 날이 세워진 화려한 춤선 대신 남녀노소 누구나 무장해제 되어 미소 지으며 따라 할 수 있는 편안한 안무가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사랑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평화로운 가사는 묘한 울림을 준다.

오랜 사유 끝에 세상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내놓은 이찬혁은 ‘혐오의 시대’에 반기를 들었다. “기쁨 뒤 슬픔이 찾아오는 것조차 아름다운 마음”이라며 인생의 굴곡을 긍정적으로 담아냈다. 흐린 날이나 화창한 날이나 시린 날이나 되돌아보면 모두가 끼워지는 퍼즐이란 가사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순리를 아름답게 풀어낸 글귀다.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와 닿으면서 쌓여있던 슬픔이 개운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문화 친화적인 한국의 팬들은 즉각 반응했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뮤직비디오 영상 댓글란에는 ‘운명이 준 고통’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 섞인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암 투병 중인 사람은 물론 희귀병 때문에 수술을 앞둔 자식이 꼭 살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부모, 몸이 아픈 엄마와 정신이 힘든 아빠를 둔 딸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희망을 얻고 있다. “이수현의 아픔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나 보다”라는 댓글엔 ‘좋아요’가 4500개가 달렸다.

음원은 방탄소년단을 앞질렀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과 ‘소문의 낙원’은 멜론차트 톱 100, 지니뮤직 톱 200, 벅스차트에서 모두 1위와 2위를 기록 중이다. 3년 9개월 만에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열기가 아직 가시기도 전에, 벽돌과 같은 국내 차트를 모두 무너뜨렸다.

두 곡뿐이 아니다. ‘개화’에 담긴 모든 곡이 사랑을 노래한다. 어떤 곡에 머무르든 이찬혁과 이수현이 가진 순수한 인류애가 리스너의 감성을 자극한다. 트렌드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혐오’를 누르고 ‘사랑’을 노래한 셈이다.

SBS ‘K팝스타’ 시즌2를 통해 기발한 발상을 주무기로 가요계에 입성한 악뮤는 YG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한 성벽에서 성장해, ‘영감의 샘터’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홀로 일어나고자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앨범의 이름처럼 꽃이 활짝 피었다.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더 단단해진 악뮤의 위로는 마치 꽃향기가 번져가듯, 진한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