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시크하고, 세련됐다. 약 1년 7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걸그룹 빌리(Billlie)가 K팝 신의 심장부를 향해 날카로운 ‘잽’을 꽂아 넣었다.
빌리(시윤 션 츠키 문수아 하람 수현 하루나)가 6일 세상에 내놓은 정규 1집 ‘더 콜렉티브 소울 앤 언컨시어스: 챕터 2(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two)’는 이들이 지난 시간 쌓아온 음악적 내공을 가감 없이 증명하는 작품이다. 타이틀곡 ‘잽(ZAP)’은 번쩍이는 충격이라는 의미 그대로 K팝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앨범의 타깃은 철저히 ‘내면’을 향한다. 거친 질감의 비트 위로 쏟아지는 멤버들의 공격적인 보컬과 랩은 어떤 상황에도 미동 없는 단단한 자아를 투영한다. 문수아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나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진흙탕 속에서 자아와 충돌하던 콘셉트 필름의 미장센은 뮤직비디오에서 정점을 찍는다. 단순히 꿈을 뒤쫓던 수동적 존재에서, 스스로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구현했다. 하루나는 “‘잽’은 처음 듣자마자 우리의 노래라고 생각했다”며 “기존 빌리의 색깔 위에 한층 강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고 밝혔다.

더블 타이틀곡 ‘워크(WORK)’ 역시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인다.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베이스 하우스 기반의 트랙은 리스너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비트가 인상적이다. 문수아가 직접 펜을 든 가사에는 “단점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전진하겠다”는 서사를 녹여냈다. 정식 발매 전 공개된 퍼포먼스 비디오가 순식간에 170만 조회수를 돌파한 지점은 빌리의 컴백을 기다려온 K팝 팬들의 갈증을 반영한 결과다.



데뷔 5년 만에 마침내 완성된 첫 정규 앨범답게, 수록된 열두 곡의 밀도는 압도적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크릿 노 모어($ECRET no more)’는 빌리만의 독보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여기에 앨범 수록곡들의 리믹스 트랙까지 배치하며 앨범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과 빌리가 가진 다채로운 색채를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


앨범의 모든 트랙이 ‘내면의 탐구’라는 하나의 지향점으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완결성이 돋보인다. 멤버들은 이번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각’을 꼽으며 “결국 모든 해답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차가 쌓이며 깊어진 음악적 욕심과 높은 참여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역시 빌리는 믿고 듣는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는 이들의 ‘잽’이 K팝 신에 어떤 충격을 안길지 주목된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