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부상 잔혹사 끊어낸 김경문 감독의 신의 한 수... 위기 속에서 피어난 영건 선발 안착

“무조건 네모 안에 찌른다” 최고 존엄 에이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73구의 ‘광속구 투지’

승리보다 배움을 먼저 마음에 품은 멘탈... 안우진의 제구력과 변화구 능력을 흡수할 무서운 떡잎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KBO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평행이론이자 세대교체의 서막이 고척스카이돔 마운드 위에서 펼쳐졌다. 토종 에이스 문동주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팀 평균자책점이 5.00까지 치솟으며 “올해 한화 마운드는 동력을 잃었다”라던 비관적인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20세 신성과 23세 유망주가 단 한 경기 만에 불펜가동성을 넓혔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 전 던진 “안우진보다 정우주가 더 잘 던질 것”이라는 최면은 립서비스가 아닌 완벽한 현실이 됐다. 최고 155km의 무시무시한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네모 상자에 거침없이 찔러 넣으며 안우진에게 판정승을 거둔 장면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비록 아쉽게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첫 선발승은 놓쳤지만, 안우진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과 제구력을 배우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는 멘탈에서 이미 ‘완성형 에이스’의 그릇이 느껴진다.

하지만 정우주의 호투가 빛 바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불펜 박준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전체 1순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입단했으나 첫 승까지 무려 5년이라는 눈물의 세월을 보낸 박준영은, 5회말 마운드를 이어받아 키움의 베테랑 타자들을 완벽히 범타로 요리했다. 1.2이닝 무실점으로 따낸 데뷔 첫 승은 구글 디스커버 피드와 팬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최근 육성선수 출신 동명이인 형의 선발승에 자극받아 자신의 가치를 완벽하게 입증해 낸 셈이다.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경이로운 페이스를 보여주며 공동 5위로 도약, 암흑기를 끝낼 준비를 마쳤다. 시즌 초반 약점으로 지적되던 마운드가 이토록 빠르게 단단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위기 속에서 피어난 영건들의 연쇄 폭발이다. white2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