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한순간의 실수보다 더 무서운 건 무너진 신뢰다. 배우 장동주의 행보가 안타까움을 남기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반복된 논란과 미숙한 대응 속에서 장동주는 결국 배우 은퇴를 선언했고 제작자로서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에 앞서 필요한 건 화려한 선언보다 먼저 신뢰 회복이다.

장동주는 지난해 말 돌연 잠적 소동으로 대중과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SNS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글만 남긴 채 반나절가량 연락이 두절됐다.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소속사는 배우의 행방을 파악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이후 지난해 말 새 소속사로 이적한 지 한 달 만에 장동주는 과거 휴대전화 해킹 피해로 인해 수십억 원대 채무를 떠안게 됐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며 채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자신의 빚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태도 자체는 분명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의 과정이었다. 당시 소속사는 장동주의 해킹 피해와 채무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취했다. 만약 알고도 몰랐다고 했다면 소속사의 문제일 것이고, 정말 몰랐다면 장동주가 가장 가까운 동료들에게조차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 쪽이든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장동주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채권자들의 압박 속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책임감 있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 역시 현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W와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또다시 우려를 남겼다.

장동주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손을 내밀었던 회사 입장에서는 허탈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께 책임을 나누고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 홀로 결정을 내리고 발표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업계 안팎의 신뢰 역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은퇴 선언 당일 불거진 유흥업소 술값 ‘먹튀’ 의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이어진 상황에서 대중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잠적, 연락 두절, 독단적 결정 등 반복되는 회피성 태도는 장동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장동주를 향한 안타까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때 가능성 있는 배우로 주목받았고, 실제로 업계 안에서도 성실함과 열정을 인정받았다. 누구나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 이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다.

장동주는 배우 활동을 접는 대신 제작자로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투자자를 모집하며 인생 2막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신뢰’다. 작품도, 투자도, 결국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믿음 위에서 출발한다.

장동주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결국 시간과 행동으로 증명될 것이다. 넘어진 사람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는 필요하다. 다만 그 기회는 신뢰를 회복하려는 진정성 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장동주의 새로운 출발 역시 결국 그 지점에서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