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양식, 기후변화 시대 김 산업의 핵심 기술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 상용화 경쟁 본격화
안정적 원초 확보, 기업 경쟁력 가를 핵심 요소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전 세계적으로 ‘K-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식품업계가 육상양식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수온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해 기존 해상양식의 생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구축과 균일한 품질 관리를 위한 생존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업계는 육상양식을 미래 김 산업을 견인할 핵심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김 생산은 절대적으로 해상양식에 의존하고 있어 기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반면, 육상양식은 수온과 염도, 영양분, 빛 등을 인위적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계절과 날씨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연중 끊임없는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김을 균일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전용 품종 확보’…상용화에 가장 먼저 속도 내는 CJ제일제당

상용화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연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오는 8월 충남 천안에 김 육상양식 산업화 시설을 착공한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은 2018년부터 이어온 ‘CJ블로썸파크 랩’의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생산 단계로 끌어올리는 핵심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김 육상양식 연구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2021년 수조 배양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이듬해 전용 품종 개발까지 성공했다. 최근에는 육상 재배 환경에 최적화된 품종의 특허 등록도 마쳤다. 김의 생애주기를 육상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기술과 전용 배지(영양액) 개발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향후 이곳에서 생산된 원초를 ‘비비고 김’ 제품에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 풀무원, 새만금에 육상양식 R&D센터 조성…산업화 테스트베드 구축


풀무원 역시 육상양식 기술 실증과 산업화 기반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김 육상양식 R&D센터 조성을 시작한 풀무원은 이 시설을 연중 생산 기술 검증과 상용화 모델 구축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약 9473㎡(약 2865평) 규모로 조성되는 센터에는 양식시설과 해수 처리시설, 첨단 연구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온도와 빛, 영양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바이오리액터(생물 반응기)’ 시스템을 도입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 풀무원은 1단계 착공에 이어 향후 2단계로 창고 및 가공·R&D동을 추가 조성해, 원초 생산부터 가공과 유통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원스톱 산업화 체계’를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 대상, 독자적 원초 품질 관리 체계 구축 및 국가 육상양식 연구 주도


대상 또한 미래 김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부터 육상양식을 기획해 온 대상은 이듬해 민간 최초로 전남 목포에 해조류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제품 표준화, 품질 검사, 신품종 개발 및 양식 기술 연구를 총괄하며, 특히 마른김과 물김에 대한 자체 품질등급제를 도입해 깐깐한 원초 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국가 차원의 연구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사업’의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2029년까지 총 3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김 육상양식 시스템의 완벽한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대상은 이를 발판 삼아 안정적인 원초 공급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품질 제품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폭증하는 K-김 수요…결국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관건

기업들이 앞다투어 육상양식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가파르게 팽창하는 글로벌 김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건강식과 간편식을 선호하는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김 수요는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우수한 품질과 차별화된 가공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산 김은 밥반찬을 넘어 글로벌 스낵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 수출액은 11억 3352만 달러(약 1조 65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0년 6억 달러 수준이던 수출 규모가 불과 3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이처럼 김이 명실상부한 K-푸드 수출의 선봉장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원료인 마른김 생산량은 2020년과 2022년 1억 5000만 속(1속=100장), 지난해 2억 속을 기록하는 등 해황에 따라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김 수출 18억 달러, 마른김 2억 1000만 속 생산을 목표로 내건 만큼 생산 안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업계는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수록 ‘원초 확보 능력’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해상양식만으로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육상양식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에서의 양식은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어 육상양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육상양식 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궤도에 오르면 공급의 안정성과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을 쥐게 되는 만큼,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lesso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