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선수단 내분? 전혀 그런 거 없다, 외부서 보이면 알아볼 필요는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졸전 끝에 0-1로 패한 다음 날인 26일(한국시간)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술, 전략을 떠나 남아공전에서 선수들이 1,2차전과 180도 다른 에너지 레벨을 보이고 일부 무성의한 플레이를 보였다는 비판에 답한 것이다.
전날 한국은 90분 내내 졸전을 거듭, 남아공에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결승포를 내주며 0-1로 졌다. 애초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행 티켓을 품는 마지노선인 2위를 사수, 오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B조 2위 캐나다와 16강 진출을 두고 겨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를 최하위에 머물던 남아공에 내줬다. 한국은 3위(1승2패·승점 3)로 밀려났고, 남아공은 1승1무1패(승점 4)가 돼 극적으로 2위가 됐다. 개최국 멕시코(3승·승점 9)가 같은 시간 열린 체코(1무2패·승점 1)와 3차전을 3-0으로 이겨준 덕분에 다이렉트 탈락인 최하위로 추락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LA행 꿈이 물거품이 된 한국의 운명은 다른 나라 손에 넘어갔다. 이번 대회는 조 3위 팀 중 상위 성적 8개 팀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32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1승을 안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 처참한 상황이나 조별리그 잔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두 손 모아 32강행을 바라야 한다. 홍 감독은 “32강전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지속해서 준비하는 자세로 보내야 할 것”이라며 “3~4일간 어떻게 해서든 잘 만들어내야 한다. 잘되면 선수들이 잘해낸 것이고, 안 되면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과 일문일답
- 조별리그 3경기를 돌아본다면.
지난해 12월3일 조추첨을 통해 멕시코에서 (조별리그) 경기하는 게 정해졌다. 고지대와 고온다습한 도시에서 해야했다. (사전 캠프부터) 어느 곳에 초점을 둘까 했는데 1,2차전이 열리는 고지대(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 맞추는 게 낫다고 견해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1차전 잘 됐다. 2차전은 (결과는) 좋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아쉽다. (경기를 잘한 만큼) 승점을 땄으면 3차전은 이렇게까지 안해도 됐다.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왔다. 어제는 우리가 해온 3경기 중 가장 좋지 않았던 게 맞다.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 환경적인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32강전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지속해서 준비하는 자세로 보내야 할 것이다.
- 남아공전에서 김민재가 교체된 뒤 보인 행동(팔 벌리고 코치진에 항의하는 동작)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는데.
선수 스스로 오해라고 한다. 난 당시 옆에 서 있었다. 코치진에서는 김민재의 종아리가 아프다고 봤다. 선수와 의사소통을 통해 더 뛰는 게 어렵다고 봐서 교체한 것이다. 이후 상황은 난 정확히 보지 못했다. 다만 교체에 대한 불만은 전혀 아니다. 스스로 원했다.
- 김민재의 해명은 수비 간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더라. 수정이 어려웠나.
볼을 상대에 빼앗기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콤팩트하게 움직여야 했다. 바로 압박해서 볼을 탈취하는 게 1,2차전에서는 괜찮았다. 어제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 잘 뛰지 못하니 공수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 앞서 2경기를 잘했는데 갑자기 팀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선수의 자세 등도 언급하는데.
멕시코전 이후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건 있었지만 선수단 내 문제가 있거나 그런 건 없다. 난 그런 부분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건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우리도 솔직히 왜 갑자기 이런지에 대해 당황스럽다. 물론 경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 볼이 지속해서 상대 의도대로 우리의 중앙으로 오고 내주고 역습을 허용하면서 당황해했다. 또 선수가 심리적으로 너무 잘하려고, 이겨서 (32강을)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 부분은 (잠시 후) 선수들과 얘기하려고 한다.
- 외신에서는 ‘한국이 32강에 올라가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혹평하던데. 며칠 사이 32강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나.
외신의 혹평은 정확하다. 우리가 잘했을 땐 칭찬받는 거고 못하면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32강을) 어느 그룹에 팀과 할지 모르지만 다방면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얼마나 회복하느냐다.
- 설영우가 팬의 악플에 대해 대응한다는 등 선수단이 뒤숭숭해 보이는데.
월드컵에 와서 안팎으로 뒤숭숭하지 않은 대회는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내부적으로 멕시코전 직후 잠깐 그러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지속해서) 뒤숭숭하거나 그런 건 없다. 쉽게 얘기하면 2014년 (브라질 대회) 나갔을 땐 지금의 50배정도는 어려웠다. 물론 지금 결과가 좋지 않은 게 맞물려서 나올 수 있는 문제인데, 어떤 의도에서 그랬는지는 선수와 얘기 해보려고 한다.
- 남아공 감독이 한국의 약점을 잘 파악했다고 말했는데. 토너먼트에서는 전술 변화가 있나.
우리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상대에 맞춰서 몇가지 방법은 다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것을 갑자기 바꾸는 건 선수단엔 좋은 게 아니다. 일단 상대가 정해지면 전체적으로 고민할 생각이다.
- 남은 기간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중요할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남탓할 때가 있다. 선수도 그럴 수 있는데, 내가 강조한 건 ‘탓할 거리가 있으면 나를 탓하라’고 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와 2차전에서) 김승규의 실책을 두고 그에게 탓하지 말고 그런 준비를 하지 않은 감독을 탓하라고 했다. 일단 현재 선수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하다. 월드컵에서 한 경기를 치르는 건 굉장히 에너지를 소진한다. 오늘과 내일은 회복하고 어떤식으로 준비할지 계획하겠다.
- 1,2차전과 비교해서 남아공전 데이터를 분석했나.
어제 데이터를 봤을 땐 멕시코전보다 뛰는 양은 조금 줄었다. 고강도는 좀 더 많았다. 그런 걸 볼 땐 전체적으로 선수의 체력 등은 큰 차이가 없다. (외부에서) 느리게 보일 순 있을 것인데 데이터로는 문제가 없다. 일단 어제 경기력이 왜 그랬는지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으로나 뛰는 양 모두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정답을 얻지 못했다.
- 이강인이 커트해서 나가려고 할 때 뒤에 있는 선수가 우물쭈물하던데? 선수들이 열심히 안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내부에서 선수의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우리가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난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 외부에서 그런 게 보인다면 알아볼 필요는 있다.
- 손흥민을 어제 후반 교체 투입했는데 잘 맞았다고 보나.
손흥민은 1,2차전에서 스프린트 위주로 경기했다. 상대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손흥민의 활약이 필요했다. 나름대로 잘 했다고 본다. 3차전은 날씨도 덥기에 후반에 들어가서 뛰는 게 낫다고 봤다. 공간이 생기면 지금 골치거리인 득점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손흥민과) 미팅을 거쳐 결정했다. 어제 나오진 않았으나 평소처럼 자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다만 그 평가가 골이냐 아니냐로 나와 선수도 팀도 어려움이 있다.
- 전술의 방향성이 맞다고 보나. 예를 들어 남아공전에서 후반 0-1로 지고 있을 때 페널티박스에 볼을 투입해서 크로스로 기회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던 거 같은데, 저조했다.
그 부분은 훈련 땐 잘 된다. 경기 땐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상대성이 있다. 매일 같은 상대와 하는 게 아니다. 감독이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선수도 했는데 잘 나오지 않는다면 감독의 책임이다.
- 1,2차전 경기력과 3차전이 너무 달랐다. 이런 분위기면 며칠 안 남은 32강에서 이전처럼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
축구가 모든 게 준비한대로 되지 않는다. 잘 될때도 있지만 안될때도 있다. 어제는 잘 되지 않았다. 준비한 만큼 잘 나오지 않으면 감독의 잘못이다. 나도 선수 생활했지만 선수들이 어떤 멘탈을 가지고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코치진에서 모든 걸 준비시키지만 경기장에서 얼마나 나올지는 우리도 모른다. 수십개의 상황을 두고 준비하나 여러 돌발변수가 나올 수 있다. 그걸 대처하는 건 선수가 해야 한다. 다만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앞으로 3~4일간 어떻게 해서든 잘 만들어내야 한다. 잘되면 선수들이 잘해낸 것이고, 안 되면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