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할 줄 아는 건 부러워하는 것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일 축구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비교적 수월한 조에 속하고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흑역사’에 갇혔다. 반면 일본은 네덜란드, 스웨덴 등과 한 조에 속해 패배 없이 32강에 진출했다. 브라질에 막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어디까지나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다. 조기 탈락했지만 일본은 현대 축구에 부합하는 촘촘한 공수 간격과 뛰어난 조직력을 발휘하며 세계 레벨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축구인이 가장 많이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일본이 부럽다”는 말이다. 일본은 최종 엔트리 26명 중 23명이 유럽파다. 탄탄한 인프라 속 J리그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실력파 선수가 화수분같이 등장한다. 이번에 주요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일본 대표팀을 더 강하게 만든 요소는 ‘리빙 레전드’의 헌신이다. A매치 127경기에 빛나는 전설의 수비수 요시다 마야는 ‘훈련 파트너’로 대표팀에 합류해 힘을 보탰다. 경기에 나서는 건 아니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요청으로 후배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일본 ‘교도통신’ 오카다 마사미키 기자는 “요시다의 존재가 선수단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워낙 경험이 풍부해 해줄 말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요시다뿐 아니라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한 미나미노 다쿠미도 훈련 파트너로 대표팀과 동행했다.

코치진도 화려하다. ‘환상 프리키커’로 명성을 떨친 나카무라 슌스케, 독일 분데스리가 아시아 선수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한 하세베 마코토 등이 코치로 모리야스 감독을 보좌했다. 둘 다 현재 대표팀 자원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동경한 선배다. ‘어벤저스’로 표현할 만한 코치진을 갖췄으니 팀이 더 탄탄해지는 게 당연하다.
일본 유럽파 출신 스타가 궂은일을 담당하며 팀에 헌신하는 동안 한국의 전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유럽 빅리그와 대표팀을 거친 뒤 은퇴한 축구인 대부분 중계,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 ‘말’로 대표팀을 평가했다. 이들도 하나 같이 “일본이 부럽다”고 탄식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축구계는 ‘지도자 기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쓸 만한 코치 없느냐”라는 질문이다. 30대 후반, 40대 초중반의 지도자가 부족해 감독이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 ‘입’으로 대중에 영향을 끼치며 여론을 형성한 축구인이 바로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지도자 직종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정몽규 회장이 재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인재의 결핍’이었다. 정 회장이 몰표를 받은 것도 함께 나온 후보가 민심을 얻지 못해서다. 정 회장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비교 우위’에 선 인상이 짙었다. 비슷한 시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40대 중반의 유승민 회장이 새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축구계에도 신선한 인물이 등장하길 기대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 회장의 사퇴 결단으로 선거가 예정된 지금도 그 바람은 유효하다.
일본축구협회를 이끄는 ‘49세’ 미야모토 쓰네야스 회장은 A매치 71경기에 출전한 레전드 수비수 출신이다. 높은 인지도에 은퇴 후 지도자, 행정가로 경험을 쌓은 뒤 일본 축구 수장에 올랐다. 미야모토 회장은 축구계 ‘행정 자격증’으로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스 코스를 이수한 인물이다. 취임 후 혁신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으로 호평받고 있다. 한국에도 FIFA 마스터스 코스를 거친 박지성이 있지만, 그는 대한축구협회와 전북 현대에서 행정가로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현재 마이크를 잡고 있다.
일본의 스타는 지도자로, 행정가로 직접 축구계를 이끌며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가 부러운 건 비단 일본의 시스템, 인프라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축구인의 건강하고 이타적인 태도,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하는 역량이 더 동경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 축구가 왜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스타 출신 축구인이 통찰 있게 고민하지 않으면 두 나라 차이는 더 벌어질 게 분명하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