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대표팀 훈련
범사 8단 이종림(76) 대한검도회 회장이 27일 일본 도쿄한국학교 체육관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일본)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검도의 수장이 직접 호구(護具)를 쓰고 죽도를 들었다.
한국 검도 역사의 산증인인 범사 8단 이종림(76) 대한검도회 회장이 9년 만에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남녀 대표팀을 직접 지휘했다. 이 회장은 27일 일본 도쿄한국학교 체육관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에서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에 직접 나섰다. 10분만 대련해도 땀을 뻘뻘 흘리는 게 검도인데, 일흔이 넘은 나이인 이 회장은 20여 분 넘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7명의 여자 대표팀과 한 명씩 연습대련을 했는데, 손녀뻘의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타격할 때마다 “더 해!”라고 소리쳤다. 한 선수가 머리, 손목을 연달아 타격하자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라며 큰 목소리를 냈다.

1973년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검도 사상 첫 국제대회 입상의 쾌거를 이룬 이 회장. 2년 전 경기인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한검도회 수장직에 앉은 그는 ‘검도의 대중화’를 목표로 달려오면서도 대표팀 훈련 땐 호구를 쓰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일본으로 넘어오기 전 국내 연수원에서도 여러 차례 선수들을 지도했다고 한다. 검도회 관계자는 “검도 자체가 마루에서 몸을 밀치면서 이뤄진다. 혹시나 회장께서 다치실까 봐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검도대표팀 훈련
호구를 쓰는 이종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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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 김승희(경주시청, 왼쪽)가 이 회장이 호구를 쓰는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검도대표팀 훈련
여자대표팀 허윤영(왼쪽)이 이 회장과 연습대련하고 있다.

검도대표팀 훈련

검도대표팀 훈련


하지만 훈련이 끝난 뒤 음료를 들고 유유히 선수단 버스로 향한 이 회장은 “나보다 선수들이 (연습 중) 다칠까 봐 걱정한다”며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 훈련에 몸을 걱정하진 않는다. 오로지 대표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직도 연습 중 한 대 맞으면 분한 마음이 생긴다”고 웃은 이 회장은 “그래서 여자 선수들을 더 지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자 선수들과 대련하면 승리욕이 생겨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부도칸에서 열리는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한국. 이 회장은 “일본이 검도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검도의 기원은 한국에 있다”며 “근대 검도의 틀을 만든 건 일본이라고 인정하나, 검도가 자리 잡기 전 ‘격검(擊劍)’이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이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등장하는 우리말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스스로 검도의 모든 것이라고 자부한다. 내가 이렇게 직접 지도하는 건 오로지 세계 무대에서 우리가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적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도대표팀 훈련
훈련에 앞서 손목 스트레칭하는 남자 대표팀 손용희.

검도대표팀 훈련
남자 대표팀 장만억(왼쪽)과 여자 대표팀 원보경이 나란히 손목을 풀고 있다.

검도대표팀 훈련
여자대표팀 주장 유현지가 훈련 중 죽도를 들고 돌려치기 자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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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대표팀 유원균.

검도대표팀 훈련
무릎 스트레칭하는 남자 대표팀 조진용.

검도대표팀 훈련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이종림 회장을 비롯해 박용천, 전홍철 감독과 상호 인사하고 있다.



도쿄(일본)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