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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검도의 수장이 직접 호구(護具)를 쓰고 죽도를 들었다.
한국 검도 역사의 산증인인 범사 8단 이종림(76) 대한검도회 회장이 9년 만에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남녀 대표팀을 직접 지휘했다. 이 회장은 27일 일본 도쿄한국학교 체육관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에서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에 직접 나섰다. 10분만 대련해도 땀을 뻘뻘 흘리는 게 검도인데, 일흔이 넘은 나이인 이 회장은 20여 분 넘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7명의 여자 대표팀과 한 명씩 연습대련을 했는데, 손녀뻘의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타격할 때마다 “더 해!”라고 소리쳤다. 한 선수가 머리, 손목을 연달아 타격하자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라며 큰 목소리를 냈다.
1973년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검도 사상 첫 국제대회 입상의 쾌거를 이룬 이 회장. 2년 전 경기인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한검도회 수장직에 앉은 그는 ‘검도의 대중화’를 목표로 달려오면서도 대표팀 훈련 땐 호구를 쓰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일본으로 넘어오기 전 국내 연수원에서도 여러 차례 선수들을 지도했다고 한다. 검도회 관계자는 “검도 자체가 마루에서 몸을 밀치면서 이뤄진다. 혹시나 회장께서 다치실까 봐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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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훈련이 끝난 뒤 음료를 들고 유유히 선수단 버스로 향한 이 회장은 “나보다 선수들이 (연습 중) 다칠까 봐 걱정한다”며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 훈련에 몸을 걱정하진 않는다. 오로지 대표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직도 연습 중 한 대 맞으면 분한 마음이 생긴다”고 웃은 이 회장은 “그래서 여자 선수들을 더 지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자 선수들과 대련하면 승리욕이 생겨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부도칸에서 열리는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한국. 이 회장은 “일본이 검도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검도의 기원은 한국에 있다”며 “근대 검도의 틀을 만든 건 일본이라고 인정하나, 검도가 자리 잡기 전 ‘격검(擊劍)’이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이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등장하는 우리말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스스로 검도의 모든 것이라고 자부한다. 내가 이렇게 직접 지도하는 건 오로지 세계 무대에서 우리가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적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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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