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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체육부 선임기자]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메이저리그에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었다. 8년 연속 포수 출신 감독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이다. 96년 뉴욕 양키스의 조 토리 감독을 시작으로 97년 플로리다 말린스의 짐 릴랜드, 98~2000년 토리,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밥 브렌리,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2003년 말린스의 잭 맥키언이 잇따라 우승 감독이 됐다. 이에 따라 현역 시절 포수였던 감독들이 성공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올해도 포수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존 기븐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네드 요스트, 텍사스 레인저스의 제프 배니스터 등 아메리칸리그의 지구 1위 3개팀의 사령탑이 모두 포수 출신이다. 내셔널리그 중부 1위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도 선수 시절 포수였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는 이렇게까지 두드러진 적은 없지만 포수 출신인 노무라 가츠야 감독이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모리 마사아키 감독이 세이부 라이온스를. 우에타 도시하루 감독이 한큐 브레이브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는 지바 롯데 마린즈의 이토 쓰토무 감독이 팀을 퍼시픽리그 3위에 올려놓은 정도다.
선수로서 포수는 ‘3D 직종’이다. 투수 리드부터 팀 수비의 지휘까지 할 일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다. 힘든 자리이기는 하지만 선수 시절에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쌓아가기에는 다른 포지션보다 좋은 조건이다. 수비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그라운드 쪽을 바라보면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팀 수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보다 분석력과 통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 그런 능력을 갖게된다. 이 때문에 포수 출신 감독은 치밀하게 전술을 구상하는 이론파가 많다.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명문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에서는 배리 본즈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누르고 우승했다. 객관적인 전력을 넘어선 결과에 LA 다저스의 포수였던 소시아의 냉정하면서도 대담한 용병술이 더욱 주목받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포수 출신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90년 LG 백인천 감독(백 감독은 일본에 진출한 뒤 외야수로 전업했다)과 2009년 KIA 조범현 감독뿐이다. 한국에서는 포수 출신보다는 내야수나 투수 출신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올시즌은 어느 때보다 포수 출신 사령탑의 분전이 눈에 띈다. 김경문 감독은 NC를 1군 참가 3년째에 삼성을 위협할 정도의 팀으로 만들었고 조범현 감독은 신생팀 kt를 이끌며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10일부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대결을 펼치는 김태형 감독,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가을 야구 성적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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