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경찰차, 택시. 크라운이라는 이름에 익숙한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이미지다. 하지만 지금의 16세대 토요타 크라운은 그 낡은 틀을 스스로 깨뜨렸다.
SUV와 세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정의 아래, 토요타의 기술력과 감각을 집약해 새 시대의 플래그십으로 재탄생했다.

첫인상은 단번에 시선을 잡아챈다. 날렵한 해머헤드 그릴, 수평형 주간주행등(DRL), 강렬한 왕관 엠블럼이 전면을 장악한다.
측면은 볼륨감 있는 펜더와 늘어진 루프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포르쉐나 럭셔리 SUV를 연상케 한다. 후면의 일자형 리어램프는 미래적 감각을 완성했다.
전통 세단의 틀은 깨졌고, 크라운은 이제 ‘달릴 준비가 된’ 스포티한 크로스오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번 시승차는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348마력. 직렬 4기통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터, e-Axle이 결합된 토요타의 최신 파워트레인은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가속은 의외로 정숙하게 시작된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부드럽게 나아가며, EV모드와 엔진 모드 전환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도심의 가파른 언덕에서는 초반 응답성이 약간 무디게 느껴졌지만, 속도가 붙자 뒷심이 살아났다.
고속도로에서의 직진성은 우수했고 안정성도 뛰어났다. 운전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고 있음에도 실내는 조용하고 묵직했다.

이 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11㎞/ℓ다. 21인치 대형 타이어를 감안하면 경제적이다.
실제 시내 주행에서는 10㎞/ℓ 이상을 기록했고, 고속 구간에서는 13㎞/ℓ도 넘나들었다.
2.5 하이브리드 일반 모델은 시스템 총출력은 239마력, 복합연비는 17.2㎞/ℓ다.

주행 편의 기능도 충실했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는 단순한 보조 기능을 넘어 ‘운전 보좌관’ 같은 역할을 한다.
앞차와의 거리 유지는 물론, 주행 중 창문을 열자 “창문이 열렸습니다. 닫으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등 직관적인 인터랙션을 제공한다.

실내 구성은 ‘아일랜드 아키텍처’ 콘셉트로 설계됐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터치 디스플레이, 물리 버튼의 조화는 직관적이고 실용적이다.
천연 가죽 시트의 착좌감도 훌륭하며, 2열에는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이 기본 적용됐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고, 2열 폴딩까지 고려돼 실용성도 뛰어나다.

국내에서는 크라운을 종종 현대 그랜저와 비교한다. 그러나 크라운은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다.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안락함을 절묘하게 혼합한 포지션이며,
타깃층도 젊다. 과거 ‘성공의 상징’으로 불렸던 그랜저와는 성격이 다르다. 크라운은 더 감각적이고, 더 다이내믹하며, 하이브리드 효율까지 챙긴 ‘현대적인 실용 명차’에 가깝다.
오래된 이름에 안주하지 않았다. 16세대를 거치며 크라운은 완전히 새로운 차로 진화했고, 이제는 토요타의 현재이자 미래를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새로운 장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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