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존슨
매직 존슨(농구선수,미국).  (스포츠서울DB)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문상열] 미국프로농구(NBA)는 1979년 흑인 매직 존슨(LA 레이커스), 백인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4대 메이저 종목 가운데 최하위였다. 1970년대는 NBA 파이널이 녹화로 중계되던 시절이다. 선수들은 툭하면 코트에서 심판판정에 불복해 주먹다짐을 벌이고 약물복용으로 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나 대학농구 NCAA 결승전에서 맞붙은 존슨(미시건 주립대)과 버드(인디애나 주립대)의 인기가 NBA로 이어지면서 세몰이가 가능했다.

게다가 둘은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 팀에 속해 있었다. 존슨의 레이커스와 버드의 셀틱스는 파이널에서 3차례나 격돌하며 NBA를 인기 리그로 도약시켰다. 5차례 우승을 이끈 존슨은 1980년대 레이커스 전성기 ‘쇼타임 시대’의 주역이다. 버드는 백인의 우상이었다. 존슨과 버드의 인기몰이를 이어 받은 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버드(60)는 지난 5월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패한 뒤 책임을 지고 농구단 사장에서 물러났다. 조던(54)은 샬럿 호네츠의 구단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뉴욕 양키스의 스타 데릭 지터와 함께 투자그룹을 만들어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 매입에 나섰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소수 구단주로 활동한 존슨(57)은 2월21일 ‘남매의 난’을 통해 레이커스 구단 경영권을 거머쥔 지니 버스에 의해 농구단 사장으로 임명됐다. 여걸로 통하는 지니 버스는 오빠 짐 버스와 오랫동안 단장을 역임한 미치 컵첵을 해고하고 존슨 사장-롭 펠린카 단장 체제로 교체했다. 펠린카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다가 프런트 맨이 됐다.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의 은퇴 말년부터 추락하면서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1948년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를 시작으로 4년 연속 ‘노 플레이오프’는 구단 사상 처음이다. 명가 재건의 열쇠를 쥔 지니 버스 사장이 슈퍼스타 출신 존슨과 명문 미시건 대학에서 MBA와 로스쿨을 나온 두뇌파 펠린카 체제로 구단 프런트를 바꾼 이유다.

존슨의 첫 작품은 지난 6월 2015년 NBA 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지명한 포인트가드 드안젤로 러셀의 트레이드다. 존슨은 오하이오 주립대 출신 러셀(196cm)을 브루클린 네츠에 주고 센터 브룩 로페스를 받았다. 존슨은 러셀의 리더십 부족으로 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이어 벌어진 드래프트에서 역시 2번 지명권으로 레이커스는 UCLA 출신 포인트가드 란조 볼(198㎝)을 선택했다. 볼은 이른바 ‘원&던’으로 불리우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를 신청해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다.

버드는 선수뿐 아니라 프런트맨으로도 성공했다. NBA 정규시즌 MVP와 프런트 상((Executive of the year)을 함께 수상한 유일한 인물이다. 선수보는 안목과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업그레이드가 탁월했다. 반면 조던의 안목은 ‘농구 황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에서 은퇴 번복 후 2001~2003년 워싱턴 위저즈에서 활동할 때 2001년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고교 센터 콰미 브라운을 지명하라고 구단주에 조언했다. 2006년 샬럿 소수 구단주일 때는 전체 3번으로 곤자가 대학의 포워드 애덤 모리슨을 지명했다. 둘은 이른바 ‘먹튀’였다. 미국 스포츠 사상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이끌었던 필 잭슨 전 사장 역시 프런트 맨으로는 실패했다.

이제 매직 존슨이 시험대에 올랐다. 1980년 루키였던 존슨은 센터 카림 압둘 자바가 부상으로 빠진 결승 6차전에서 42득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 3스틸의 원맨쇼로 123-107 승리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필라델피아 76ers를 4승2패로 누르고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NBA 파이널에서 루키가 승부처에서 클러치 플레이로 우승을 이끈 경우는 존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존슨은 NBA 역사상 최장신(206㎝) 포인트가드다. 현역 시절 현란한 드리블을 자랑했고 노룩 패스의 원조였다. 드래프트 사상 최초의 포인트가드 전체 1번 지명자이기도 하다. 1980년대 레이커스의 쇼타임의 주역이었던 그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