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홍보이사님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홍보이사

[스포츠서울] 출산을 경험한 상당수 여성이 임신 중 ‘입덧’으로 고생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전신에 힘이 없고 입맛이 없으며, 음식물을 보면 구역질이 나고 심한 경우 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입덧이라고 한다. 한의학적으로 ‘임신오조증(姙娠惡阻症)’이라고 하는 입덧은 전체 임신부의 70~85%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심하지 않다면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체질이 허약한 임산부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나 자궁후굴(자궁이 후방으로 굽어있는 일종의 자궁위치 이상), 자궁이 비대한 사람 또는 히스테리 등 신경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임신을 하면 여성은 호르몬 변화와 함께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평소 허약한 임산부들은 이에 잘 적응하지 못해 입덧이 나타나게 된다. 임산부들은 대부분 육체적으로 허약해질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과민하게 되고 피로한 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가급적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입덧 증상은 보통 임신 9주 내에 시작되고, 임신 11~13주에 가장 심해지며, 대부분 14~16주면 사라진다. 심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벼운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며,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임신을 하면 탁한 기운이 위장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과 모체가 태아를 키우기 위해서 생기는 ‘혈허’(血虛, 진액의 부족) 등을 입덧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수 천년 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보생탕(保生湯)’이나 ‘육군자탕(六君子湯)’을 근간으로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약물을 가감해 입덧을 효과적으로 다스려왔다. 입덧의 치료에 침구치료 및 한약치료가 효과적이고 안정적이라는 학술논문과 연구결과들도 많이 보고돼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입덧을 유발하는 특정 냄새나 음식, 너무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진료를 하다 보면 ‘임신 중 한약을 먹으면 태아에게 해롭지 않을까’ 걱정하는 임신부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임신 중에 쓰이는 한약들은 수천 년의 임상경험을 통해 우리가 먹는 밥과 반찬과 같이 안전한 성분으로 구성됐다.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하게 되면 입덧을 없애고 나아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까지 지켜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입덧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임신 전에 한의학적인 진료를 받아 입덧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입덧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무작정 참지 말고 한의약의 도움을 받아 입덧 없는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는 일, 현명한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