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한국에서 하던 그대로.”
시즌 전 붙었던 물음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초자연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바람의 손자’ 이정후(27) 칭찬이다. 현지에서는 타격폼도 조명했다. 정작 이정후는 덤덤하다. “하던 대로 한다”는 반응이다. 천재 맞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최근 장문의 기사를 통해 이정후를 집중 조명했다. ‘빅 네임’ 영입에 애를 먹던 샌프란시스코에게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지난시즌은 37경기, 타율 0.262, 2홈런 8타점 1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에 그쳤다. 수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5월에 시즌을 접기도 했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운이 나빴다”고 돌아봤다.
2025시즌 얘기가 다르다. 시즌 전만 해도 ‘증명해야 한다’는 시선이 가득했다. 개막 후 싹 사라졌다. 무수히 많은 2루타를 치고 있고, 타율도 3할이 넘는다. 현지 팬들의 성원도 열광적이다. ‘후리건’이라는 개인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다.
팀 동료 타일러 피츠제럴드는 “이정후는 리그 톱5에 들어가는 선수”라며 “그냥 미쳤다. 인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멜빈 감독은 “찍히는 숫자를 보라. 이정후는 진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에 집중했다. “이정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초자연적인 콘택트 능력이다. 올시즌 좌투수가 던진, 시속 99마일(약 159.3㎞) 이상 공을 상대로 복수의 안타를 때렸다. 리그에서 유일한 선수다”고 짚었다.
이어 “좌우 무관하게 시속 99마일 이상 공을 상대로 3안타 이상 때린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KBO리그에서는 보지 못했을 공인데 친다. 이렇게 빠르게 도약한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타격폼 얘기도 나왔다. 이정후는 오픈 스탠스다. 오른쪽 다리를 밖으로 뺐다가, 타격 순간 안으로 들인다. 또한 홈 베이스에 바짝 붙어서 친다. 바깥쪽 공 대처가 좋다. 몸쪽이라고 못 치는 것도 아니다. 스윙이 된다.

이정후는 “과거에는 압박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다. 이제는 아니다. 올시즌 잘맞은 타구가 좌중간, 우중간으로 잘 가는 것 같다”며 “타격 메커니즘은 한국에서 하던 그대로다. 여기서도 잘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키움 마지막 시즌인 2023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수정했다. 메이저리그(ML)를 염두에 둔 선택. 오른쪽 다리를 많이 열어두는 폼이었으나 안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의외로 애를 먹었다. 그리고 원래 폼으로 돌아갔다.

현재 빅리그에서도 그렇게 치고 있다. 빅리그에서 잘하기 위해 바꿨는데, 결국 원래 하던 폼이 ‘자연체’였던 셈이다. 놀랍다면 놀라운 부분이다. 괜히 ‘천재’가 아니다.
아직 시즌은 길다. 130경기 넘게 남았다. 페이스가 처지는 시기도 올 수 있다. 그러나 콘택트가 된다. 급격한 추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1년차 시즌, 이정후가 제대로 달리는 중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