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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tvN의 새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의 제작발표회가 26일 강남구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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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명의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다.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우선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서 호흡을 맞춘 김은숙 작가, 이응복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배우 이병헌이 이 작품을 통해 9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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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유는 시대적 배경.
지금껏 일제강점기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는 많이 제작됐다. 그러나 한반도가 일제에 본격적으로 강점되기 전, 즉 구한말의 시대 상황과 당시 의병 활동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모든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정서와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다. 이는 ‘미스터 션사인’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미스터 션사인’은 여기에 구국 의병의 시작점을 다루며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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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조선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의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원컨대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미스터 션사인 포스터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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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사인’의 제작발표회는 화려하게 진행됐다. 감독과 배우의 발언 하나에 수 백대의 카메라가 포커스를 맞췄다. 플래시는 그들의 행동 하나에 폭죽처럼 터졌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다른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들과 달리 카메라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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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참여해 달라는 호소일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나온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미스터 션샤인’이 타깃은 아니다. 이 단체는 매주 한차례 제작발표회와 같은 연예현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중이다).
“조사 결과 하루 20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7월부터 촬영현장의 근로시간이 단축된다고 하지만, 당장 68시간 근무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의 제작 스태프가 7시간은 잘 수 있게 요청하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12시간 일하면 12시간은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故이한빛 PD의 뜻을 계승해 미디어제작 현장의 비정규직과 약자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PD는 지난 2016년 tvN ‘혼술남녀’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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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제, 분배
정의(正義)에 대한 여러 정의(定義) 중 하나.
‘분배가 곧 정의다’산업화가 시작되며 부가 집중되었다. 기득권층은 더 부유해졌고 사회적 빈부 격차 또한 벌어졌다. 19세기 말, 미국의 연방정부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입했고 독점을 규제하며 ‘분배’를 통한 약자의 권익 신장에 힘쓰기도 했다.
인문학 강사 최진기는 “정의의 유무는 분배의 문제로 판가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본인의 판단과 다르게 힘이나 이익이 분배 됐을 때 정의롭지 못하다고 분노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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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제작발표회가 끝날 때까지 한 켠에 계속 서 있던 그는 말한다.
“주연 배우와 작가에게 제작비의 70%가 나간다. 과하다고 생각한다. 캐스팅 디렉터가 가져가는 중간 수수료도 매니지먼트와 결합하며 더 높아지고 있다. 제한이 필요하다”‘파이를 나누자’는 주장. 결국 분배에 대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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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시크릿 마더’는 주 5일 촬영에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검법남녀’도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받고 있다.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근본적으로 바뀌기 위해선 주 2일 60~70분 편성은 사전제작이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다. 편성시간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스태프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두 번째 문제, 인권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는 최근 드라마 스태프의 장기간 과노동으로, MBC의 ‘검법남녀’ 역시 제작진이 하루 4시간 남짓 쪽잠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온바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최장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 단축된다. 그러나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 관련은 업무의 특수성으로 적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무제가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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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작 현장에서는 이병헌, 김태리, 김민정, 유연석, 변요한 등 주연급 배우들이 조명을 받았다. 배우는 보여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배우를 빛나게 해준 이들은 뒤에 가려져 있다. 관심도 덜 받고 처우도 열악하다.
그들의 존재를 생각하고 알려주는 건 어쩌면 배우의 몫이다. 스폿 라이트를 받는 배우는 역할에 따라 극을 이끌어간다. 배우 주변엔 많은 스태프가 그를 위해 존재한다. 빛나는 ‘스타’를 위해 그들은 매순간 어둠 속에서 보조하고 있다.
시상식 무대의 배우는 여러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스태프를 지목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배우도 있다. 그런데 화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해준 스태프에 대한 감사는 고마움을 넘어 당연하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스태프’가 있어야 ‘배우’는 연기를 할 수 있고, 그런 ‘배우’가 있어야 ‘스태프’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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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는 카메라 뒤에 있는 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주연배우들이 현장의 열악한 제작환경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그러면 드라마 촬영장은 조금 더 활기차고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 될게 틀림없다.
제작자와 현장 책임자인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태프의 운용 권한이 있는 그들이 ‘인권’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소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태프를 언제든 교체하고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닌 동업자 정신으로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 ‘미스터 션사인’의 제작발표회 시작은 하이라이트 감상이었다. 10분 간의 짧지만 강렬한 영상. 그 속에 기억 남는 문구가 하나 있다.
‘그들이 원한 건 돈도 명예도 아닌 주권(主權)이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