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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의 주인공은 분명 박정민이다. 박정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변산’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김고은, 고준, 신현빈 등 뿐만 아니라 박정민의 고향친구들인 ‘렉카 3인방’은 매 순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중 맛깔스러운 사투리를 선보이는 ‘구복’역을 맡은 최정헌은 아직 대중에게는 이름과 얼굴이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연극계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이자 ‘동주’, ‘박열’에 이어 ‘변산’까지 ‘청춘 3부작’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이준익 감독이 픽한 배우다. 최정헌은 “‘박열’ 후 이준익 감독님이 졸업이라고 하셨다. 또 사실 ‘정헌이 니마이(정석) 연기는 알아봤는데 쌈마이(가벼움) 연기를 확인 못해 조심스럽다’고 했지만 ‘변산’은 내가 너무 하고 싶었다. 고향이 전라도라 사투리도 자신이 있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첫 상업영화 도전을 ‘동주’로 시작한 최정헌은 이준익 감독과 인연을 행운이라 말했다. 그는 “드라마 경험도 없고 영화도 독립영화만 했었다. 현장에는 무서운 감독님도 계시는데 이준익 감독님은 기술적인 것부터 연기까지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컷 오케이 익환이 너무 좋았어’라는 감독님의 말에 자신감이 상승했다. 감독님의 ‘컷 오케이’는 언제 들어도 좋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변산’ 현장에서도 촬영마다 화면을 보여주시며 의견을 많이 반영해 주시는데 조·단역의 의견까지 들으시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촬영 후에도 꼭 복기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시는데 2015년부터 많이 배운 것 같고 평생하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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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속 최정헌은 이준익 감독의 우려와 달리 상렬(배제기)과 석기(임성재)와 함께 유쾌하지만 극의 중요한 부분을 채우는 ‘렉카 3인방’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우리 개개인은 기억은 못 되겠지만 렉카가 등장하는 순간을 시그니처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전부터 서로 앙상블이 맞아야 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 동네 살 정도다. 모두 고향이 전라도이긴 하지만 사투리가 남도와 북도 차이도 있고 톤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최정헌은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뮤즈로 불리는 박정민과도 ‘동주’에 이어 두번째로 만났다. “‘파수꾼’이라는 영화를 보고 정민형 팬이 됐다. 대학로에서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이후 ‘동주’ 리딩현장에서 만났는데 형이 먼저 알아봐 주시고 촬영 전날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열정이 장난이 아닌데 ‘변산’때는 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사투리로 예를 들면 나는 잘 해보이려고만 했지 디테일은 생각 못했는데 형은 표준어와 잘 섞어서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또래 배우로는 넘버원이고 핸드폰에 마스터라고 저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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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한 없이 낮추던 최정헌이지만 연기 이야기 할때는 눈이 빛나며 속칭 자기 자랑도 술술 풀어냈다. “전주예고 1학년 2학기 때 첫 연극으로 ‘맥베스’를 했는데 긴 독백 대사를 까먹어 머리가 하얘졌지만 커튼콜에 박수 받은 희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전주예고 남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중앙대 연극영화학부를 가서 연극을 열심히 했다. 2학년 중앙대 연극학과 창설 50주년 기념 공연을 했는데 이후 ‘연극열전’까지 하게 되며 군대 시기가 좀 늦쳐졌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극은 물론 영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최정헌을 보증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바로 중앙대 동기인 강하늘이다. “(강)하늘이와는 학교 생활과 작업을 같이 하다보니 친해졌다. 뮤지컬을 하다가 쭉쭉쭉 올라갔는데 축하를 많이 했다. 내 일 마냥 좋다고 이야기 하고 다니니깐 (강)하늘이도 뒤에서 들어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신기한 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친한 4인방이 있는데 심지어 강하늘 몰카까지 하기도 했다. 한번도 화내는 적을 본적이 없는데 진짜 모습이다.”
최정헌은 얼마전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는 ‘꼴통’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힘들지만 사이코패스적인 역할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무언가 캐릭터를 파서 하는게 좋은데 요즘 트렌드와는 조금 맞지 않기도 하다. 캐릭터 연기만 잘하면 분명 막히는 순간이 올 수 있어 편하게 접근하는 방식에 공부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최정헌은 올 초 연극 ‘언체인’에 이어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테디셀러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대중앞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연극은 놓치고 싶지 않다. 관객과 소통하는 매력이 있다. 영화의 맛도 뒤 늦게 알았는데 계속 더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면서 “연극과 영화를 병행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는데 쉽지 않아서 더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작배우보다는 준비가 됐을때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다음을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연극을 하고 있는데 ‘작품을 안하시냐’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무대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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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