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김신욱이 지난 6월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공을 쫓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석현준
석현준이 지난달 20일 호주 브리즈번 QSAC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김신욱(전북)도, 석현준(랭스)도 없다.

‘벤투호’ 출범 이후 첫 메이저 대회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는 이른바 ‘뚝배기 축구’ 대신 기술과 속도를 앞세운 벤투식 축구가 확실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이 지난 20일 발표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볼 때 눈길을 끄는 건 현대 축구에서 필수적인 공격옵션인 파괴력 있는 장신 공격수를 뽑지 않았다는 점이다. 키 187㎝의 지동원이 있긴 하나 전형적인 장신 공격수로 보기 어렵다. 원톱에 설 때도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2선 공격수와 시너지를 내는 유형이다. 그간 한국 축구를 대표한 ‘트윈 타워’인 김신욱(197㎝)과 석현준(190㎝)이 모두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김신욱이 장신 공격수 옵션으로 활용된데 이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선 당시 포르투갈 리그에서 맹활약한 석현준이 중용됐다. 2016년 말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석현준의 독주 체제였다. 그러다가 석현준이 프랑스로 무대를 옮긴 뒤 주춤했고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김신욱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물오른 득점포를 가동했다. 1년 전 동아시안컵(김신욱 득점왕)과 대표팀 유럽 전지훈련, 러시아 월드컵까지 김신욱이 장신 공격수 자리를 확고히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장신 공격수 활용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9월 발표된 ‘1기 명단’부터 김신욱과 석현준의 이름이 없었다. 후방 빌드업을 필두로 기술과 속도를 중시하는 벤투 감독은 전방 공격진에 아시안게임서부터 물오른 득점포를 가동한 황의조와 더불어 지동원을 선택했다. 지동원이 2경기를 모두 뛰면서 벤투 감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지동원이 그 후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중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벤투 감독은 지난 10~11월 석현준을 불러들였다. 석현준은 지난달 호주 원정에서 치른 우즈베키스탄전 골 맛을 보면서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석현준을 선택하지 않았다. 최근 부상을 털고 복귀한 지동원을 복귀시켰다. 지동원이 부상 복귀 후 아직 골은 없지만 그가 지향하는 빠른 템포 공격 축구에 부합한다는 게 이유였다.

월드컵처럼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하는 대회는 몰라도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펼치는 아시아 팀과 맞서는 대회에서 장신 공격수는 필수 옵션으로 불렸다. 밀집수비를 타파하는 기본 공식은 좌우 풀백까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상대 측면을 무너뜨린 뒤 예리한 크로스로 장신 공격수 머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상대 수비 형태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주력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빠른 빌드업 축구로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황의조가 있다. 올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만 33골을 넣으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황의조는 공격 전 지역을 폭넓게 움직이며 골 냄새를 잘 맡는다. 전술적으로 페널티에어리어 내에 머무를 땐 김신욱, 석현준 못지 않게 공중볼 해결 능력도 돋보인다. 벤투호 최다 득점자(3골)인 그가 대표팀 전술에 잘 녹아들었다는 점도 벤투 감독이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