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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에는 왜 하필 이 시점에 결단을 내렸는지 의구심만 가득했던 90분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해 8월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동안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와의 첫 A매치를 시작으로 11월 호주에서 열린 우즈벡전까지 6차례 평가전에서 벤투호는 베스트11에 큰 변화 없이 포백을 기반으로 하는 4-2-3-1 전술로 상대를 대응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코 앞에 둔 단 한번의 실전 기회에서 벤투 감독은 파격적인 실험을 선택했다.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벤투호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 카드를 꺼내들었다. 변화된 전술에 태극전사들은 낯선 모습을 보였고, 결국 결과와 내용 모두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로 남게 됐다.
◇ 출범 이후 첫 스리백 가동, 왜?벤투호가 사우디전에서 3-4-2-1이라는 변형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표면적인 이유는 왼쪽 풀백 자원으로 쓸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진행된 아부다비 현지 훈련에서 김진수와 홍철이 부상을 당하면서 사우디전에 나란히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됐다. 왼쪽 풀백 자원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다보니 대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왼발잡이인 김영권을 대타로 세울수 있었지만 중앙수비라인의 핵심자원이라 포지션 이동에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벤투 감독은 왼쪽 풀백의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변형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장기 레이스인 아시안컵과 그 이후를 고려한 플랜B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다. 벤투 감독은 사우디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변형 스리백 전술을 활용한 이유에 대해 “우리 스타일과 기본적인 원칙을 유지한 채로 전술의 다양성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술적인 다양성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사우디전 90분동안 첫 선을 보인 변형 스리백 전술에 대해 만족한 눈치였다. 전반에는 선수들이 새로운 전술에 낯선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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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손흥민 대안도 못찾고
중국,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등 한국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상대들은 본선 대비 평가전을 모두 비공개로 소화하고 있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반면 한국은 아시안컵을 대비한 유일한 평가전인 사우디와의 맞대결을 공개 평가전으로 진행했다. 벤투 감독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보여줘야하는 경기라면 조별리그 상대들에게 혼란을 주겠다는 계산이 섰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스리백 전술을 활용했다면 보다 철저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출전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꿔다는 치밀함이라도 보여줬어야했다.
사우디전을 앞두고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 가운데 하나가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을 결장하게 될 손흥민(토트넘)의 대안 찾기였다. 하지만 벤투호는 사우디전에서 이전과 다른 전술을 활용하면서 손흥민 공백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물론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지난 9월 출범한 벤투호의 주 전술인 4-2-3-1 전술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 그로 인해 훈련을 통해서도 충분히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벤투호가 조별리그 1~2차전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변형 스리백 전술을 쓸 가능성은 아주 낮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포백 전술을 가동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아시안컵을 대비한 단 한 차례 뿐인 최종 평가전에서 90분 내내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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