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타인에게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모니터 너머의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 'DAYEONG'을 운영하는 다영(29·본명 김다영)과 구독자 사이에는 애정을 넘어 애틋함이 가득합니다. 그의 영상 아래에는 조금 더 긴 댓글이 달리고 언니라는 친근한 호칭과 하트 이모티콘이 심심치 않게 보이죠. 구독자들은 그의 영상이 "너무 공감이 된다"라고 "위로가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시작 5년 만에 구독자 61만 명 뷰튜버(뷰티+유튜버)로 자리매김한 다영. 초기에는 여느 뷰튜버처럼 메이크업 튜토리얼 콘텐츠를 중심으로 일상 브이로그, 하울(haul·구매한 다량의 물건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지칭) 등을 올렸습니다. 콘텐츠가 차별화되고 풍부해지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고부터. 임산부가 추천하는 화장품, 아동복 하울, 육아 브이로그 등 크리에이터 다영에 인간 김다영의 변화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확장되었죠.
많은 구독자가 그에게 공감하는 것은 누구나 보여주고 싶어하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다정한 일상, 딸 도담이의 사랑스러운 모습뿐 아니라 적나라한 현실 역시 공개했죠. 출산 전 산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엄마에게 요구되는 모성애에 대한 의문 등을 말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고 하자 "뷰티 컨텐츠 특성상 구독자 대부분이 여성이기에 먼저 혹은 함께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대답합니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다영을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라운지에서 만나봤습니다.
Q 뷰티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웹 퍼블리싱 일을 했어요.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니 컴퓨터가 싫어지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았죠.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뷰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사진 기술에 한계가 느껴졌어요. 동영상을 활용해 현장감을 충분히 주면서 하면 어떨까 싶어 촬영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이동했어요. 유튜버라는 단어도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도 없을 때였죠.
Q 콘텐츠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전에는 정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깔끔하고 명확하게 제품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했죠. 그런데 요즘은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우선으로 생각해요. 재미있고 친근하게 제품을 다루는 것이 제 과제죠.
Q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는 편이 아니에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의문을 콘텐츠로 풀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16시간 지속되는 파운데이션은 정말 16시간 동안 지속되는 걸까?’, ‘비슷한 기능의 두 제품은 어디가 어떻게 다른 거지?’ 등 소비자 다영이 제품을 사용하며 궁금한 점을 영상으로 만들고 있어요.
Q 바쁘신 와중에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셨다고요.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서요. 한 경험이 다른 경험을 연쇄적으로 만들어주더라고요. 이번에도 자격증을 따면서 메이크업 대회 심사위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거죠.
인터넷 세상이 아닌 다른 쪽에서도 활발하게 일하고 싶어요. 영상을 거치지 않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니 충전이 되는 부분도 있고요.
Q 부부 크리에이터로도 유명하시죠. 무파사(33·이학석) 님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너무 어렸었어요.(하하) 농담이고 그냥 좋았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 개인이 고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한번 크게 싸우고 헤어진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부분을 고쳤더라고요. 그때 확신했죠. 이 사람이라면 서로 원치 않는 부분을 조율해 나갈 수 있겠구나.
Q 크리에이터 부부로 사는 일상이 궁금해요.
모든 일상에 카메라가 관여한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남편이 유튜브를 시작하며 더 심해졌는데, 도덕책과 비슷한 길로 간달까? 저 자신이 다듬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편집을 하며 영상 속 일상적인 제 행동을 보게 되잖아요.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참 좋은 직업이에요. 좋은 쪽으로 많이 변했어요. 살짝 강박이 생기기도 했고요.
무파사님이 유튜브를 하기 전에는 제 직업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요즘은 “그때 이야기했던 거 다 이해가 돼”라고 해요. 대화가 더 많아졌죠. 부부면서 동료 같은 느낌도 있고요.
Q 서로의 영상에 관여하는 편인가요?
저와 무파사 님은 영상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공유하지 않아요. 각자 방에 들어가서 프라이빗하게 작업하죠. 완성된 결과물을 놓고는 이 부분을 강조하면 좋겠다 없앴으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다음 영상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요.
공통점이 있다면 영상 편집 자체가 구독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파사님은 모든 편집을 스스로 하고 있죠. 저 역시 메인편집을 하고 있고요.
Q 결혼부터 출산까지 모든 것을 공개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결혼도 출산도 저의 일부분이니 딱히 숨길 이유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부각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죠. 기혼 출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갇히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걸 적당히 보여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 일상이 이 변화와 닿아있으니까요. 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같은 여자로서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뷰튜버 특성상 구독자층 대부분이 여성이기도 하고,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이 겪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죠.
Q 모성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살면서 부당함을 피부로 느낀 게 처음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무파사 님과 제가 마트에 갔을 때 제가 아이를 안고 있으면 "애를 왜 좀 더 편하게 안아주지 않고"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세요. 반면 무파사 님께는 "애 아빠가 애를 잘 보네"라고 이야기하고요. 일상 속에서 무파사 님이 겪는 것과 제가 겪는 것을 바라보니 모성애라는 단어가 여자들에게 당연시되고 강요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성애는 남자를 몇 단계나 레벨업 시켜주는 단어처럼 사용하는데 말이에요.
Q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죠.
모성애가 당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영상을 찍었고요. 비단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알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상을 본 많은 구독자분들이 '공감 됐다', '위로 받았다', '눈물이 나더라'라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미혼 구독자분들은 '남자친구에게 다영 님의 영상을 보냈어요. 함께 이야기해보려고요'라고 하시고요. 영상이 대화의 포문을 열고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매개가 된 것 같아 좋아요.
Q 도담이를 낳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감정이 풍부해졌어요. 도담이를 사랑하며 저의 자존감도 많이 채워졌고요. 모든 삶이 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보다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게 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예요. 그 전에도 늘 열심히 살긴 했는데, 엄마가 되기 전의 원동력은 그다지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뀌었죠.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좀 더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요. 제가 잘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도 솔직하게 드러내고요. 그래서 최근엔 요리 콘텐츠에 도전했어요. 라면 끓이기였지만.(웃음)
조금 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고 많은 분들이 저의 영상을 보며 많은 감정을 느끼고 곱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다영님을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구독자가 많던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험에 있어 너무 망설이지 마세요. 한번 도전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아요. 망설이지 말고 해보고 싶은 건 전부 해봤으면 좋겠어요.
[SNS핫스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로서, 페이스북 'SNS핫스타' 페이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 ㅣ 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다영 제공, 다영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