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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과 즈베즈다 조선소 모기업인 로즈네프트의 콘스탄틴 랍테프 경영임원이 지난 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크틱 LNG2’ 쇄빙 LNG 운반선에 대한 설계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삼성중공업

[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현지 조선소와 손잡고 새로운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30척 규모의 선박 건조 사업을 사실상 단독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관련 업계와 일본해사신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생산업체 노바텍은 지난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회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에서 북극권 LNG 생산프로젝트인 ‘아크틱 LNG2’에 대한 최종 투자(FID)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크틱 LNG2는 앞서 노바텍이 성공적으로 추진한 야말 프로젝트에 이어 진행한다는 의미로 ‘야말2’ 프로젝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의 육상 가스전을 개발해 연 1980만톤의 생산 능력을 가진 천연가스 액화설비를 건설,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생산 시기는 660만톤씩 3차로 나뉘어 추진되며 1차는 2023년부터, 2차와 3차는 각각 2024년과 2026년에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총 투자금은 212억 달러(한화 약 25조385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노바텍이 전체 사업예산의 60%를, 일본 미쓰이 물산, 프랑스 토탈,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중국해양석유집단(CNOOC) 등이 각각 10%씩 참여했다.

프로젝트가 결정된 만큼 관건은 이에 필요한 LNG 운반선을 어느 조선소가 수주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해 자국 대형선사인 소브콤플로트와 북극권에서 선적되는 LNG 등의 에너지 수송사업 제휴를 맺은 노바텍은 이번 프로젝트에 양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천연가스 운송을 위한 쇄빙형 LNG 운반선 17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또한 환적 기지에서 2차 수송용으로 활용될 10척 이상의 재래식(일반 항해용) LNG 운반선도 함께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에 투입될 선대 규모는 약 30척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노바텍과 소브콤플로트 합작사가 역시 자국 조선소인 즈베즈다 조선소에 LNG 운반선 건조를 우선적으로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삼성중공업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노바텍의 발표 이틀 전 같은 행사에서 삼성중공업은 아크틱 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운반선의 기술 파트너로 선정됐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을 통해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여, 핵 추진 쇄빙선에 맞먹는 45MW급 전력을 생산해 추진할 수 있고 ▲영하 52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LNG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LNG운반선 설계를 맡게 된다.

또한 삼성중공업과 즈베즈다 조선소는 같은 날 셔틀탱커 공동건조 및 기술 지원을 위한 합작투자사(JV) 설립도 최종 확정했다. 두 건의 계약은 사실상 아크틱 LNG2 프로젝트용 30척 선대 건조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즈베즈다 조선소의 자체 기술·생산 역량의 한계로 프로젝트 시기에 맞춰 선박을 인도하기 어려운 사정상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 기술 컨설팅 수익과 함께 선박 건조 물량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는 물론 지분을 참여한 중국·일본내 대형 조선사들은 노바텍이 제시한 발주 안건에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산성이 낮다는 게 이유인데, 이보다는 사실상 삼성중공업의 독식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 유조선을, 2008년에는 세계 최초의 극지용 드릴십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등 검증된 쇄빙·방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LNG2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시장의 평가도 개선되고 있다. 조선업종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등으로 그동안 저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LNG 수주 전망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에 대한 긍정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LNG선 수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2020년에는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LNG 관련 플랜트 수주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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