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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황창규 KT 전 회장에 이어 구현모 사장체제가 공식출범한 지금 이 순간에도 KT 현장노동자들의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KT는 수년 전부터 현장노동자들의 업무 중 사망사고가 잇따라 ‘죽음의 기업’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자 화들짝 놀라 KT노동인권센터 등에 이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또 다시 KT 현장노동자들이 업무 중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거푸 발생하면서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 또다시 휩싸이고 있다.
KT 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KT 직원들의 사망자(자살·돌연사·업무 중 재해 포함)는 104명에 달한다. 그 중 업무 중 재해로 인해 사망한 직원은 약 30명에 육박한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2건의 KT 현장노동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선 KT 전남유선운용센터 소속 직원인 손 모씨(58)가 전주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사망했다. 또 같은 날 충남 홍성에선 지하 맨홀 작업 후 지상으로 올라오던 케이블매니저(CM)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이 같은 KT 현장노동자들의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에도 KT서비스 북부의 협력업체 직원이 건물 외벽에서 홀로 사다리에 올라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다가 추락·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T 현장노동자들은 이를 두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현장인력은 물론 시설안전에 대한 투자 등을 줄인데 따른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황 전 회장이 단행한 8304명의 구조조정 이후 KT 현장노동자들의 업무량이 대폭 늘어났고 현장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이어 구현모 사장체제로 바뀌었음에도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변화가 없다고 성토했다.
서울지역 KT CM팀 소속 직원 A 씨는 “구조조정 후 내가 속한 CM팀 직원은 80% 가량 줄었지만 관리지역은 그대로다. 무리하게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장투입은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인원이 없다보니 대부분 혼자서 작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업무는 100% 외주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 CM팀 소속 B씨는 “버킷차량 증설 등 KT가 현장 안전을 위해 시설투자를 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말 뿐이다. 현장에선 여전히 사다리에 의지해 위험천만한 곡예작업을 하고 있다. KT는 정녕 직원의 안전보다 돈이 더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KT 인력부족 문제가 빚어낸 인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혀 다른 직군의 직원을 현장의 CM 업무로 전환시켜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 때문이다. KT새노조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아현화재 당시 현장 복구인력이 모두 비정규직임이 드러나면서 KT의 현장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그러자 KT는 부족한 현장인력을 보충한다면서 인터넷 개통 AS업무를 맡고 있던 CS직원들을 현장시설 업무, CM업무로 전환시켰다”고 밝힌 뒤 “충남 홍성 사고의 경우도 숙련이 부족한 노동자들로만 구성돼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인력 부족을 숙련도 떨어지는 노동자를 투입해서 떼우겠다는 발상이 빚은 비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KT 현장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구현모 사장 체제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연이은 중대재해야 말로 역설적이게도 KT 경영진이 낙하산 여부를 떠나 얼마나 현장에 대한 이해와 대책이 없는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고 꼬집으며 “현장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안전을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릴 것과 현장 인력을 적절히 유지, 보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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