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웰컴 투 빅리그.”
메이저리그(ML) 루키들에게 하는 말이다. “어서 와 빅리그는 처음이지?” 정도 되겠다. 마냥 칭찬이 아니다. 못할 때도, 의도적으로 애를 먹일 때도 쓴다. 샌프란시스코 ‘바람의 손자’ 이정후(27)도 여기 걸린 것일까. 심판 판정이 이상하다.
이정후에게 ‘기묘한 4월’이다. 특히 최근 며칠 이해하기 힘든 일이 계속 벌어진다. 우선 26일(한국시간) 홈 텍사스전이다. 0-2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섰다. 상대는 텍사스 왼손 로버트 가르시아.

카운트 2-2에서 5구째 시속 94.5마일(약 152.1㎞) 포심이 이정후의 얼굴 쪽으로 날아왔다. 스윙하러 나가다가 급하게 몸을 틀어 피했다.
이때 공이 배트에 맞았다. 이정후는 배트를 놓고 그대로 쓰러졌다. 헬멧까지 떨어질 정도로 크게 놀랐다. 그런데 판정이 이상하다.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삼진이다.
느린 화면에서 이정후의 배트에 공이 맞는 장면이 명확히 잡혔다. 심판진이 모여 논의까지 했으나 번복은 없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스윙하면서 손에 맞았다고 본 것 같다. 진짜 그랬다면 바닥에 뒹굴었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27일 텍사스전에서도 볼 판정에서 다시 손해를 봤다. 2-2로 맞선 5회말 2사 1루에서 타석에 섰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 바깥쪽 높은 공이 들어왔다. 존을 벗어난 공인데 스트라이크다. 3구 스플리터를 때렸으나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연이틀 석연찮은 판정에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지난 18일 펠라델피아 원정경기에서는 다른 일도 있었다. 4-6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나섰다. 상대는 필라델피아 마무리 호세 알바라도. 카운트 1-1에서 3구째 낮은 싱커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때 이정후가 왼손으로 헬멧 위를 두 번 쳤다. 그러자 주심이 이정후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헬멧을 두드리는 행위는 판정에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했다.

오해라면 오해다. 이정후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기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혹은 ‘삐딱하게’ 보자면, 심판이 “항의하지 말라”고 한소리 남긴 것일 수도 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ML은 아직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쓰지 않는다. 심판이 판정한다. 슈퍼스타 혹은 베테랑 선수에게는 후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다. 빅리그에 처음 온 선수에게는 얘기가 다르다. 일종의 ‘길들이기’가 있다. 이정후도 여기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정후가 신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했다. 몸값만 6년 1억1300만달러(약 1625억원)에 달한다. 2년차 시즌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팀 내 최고 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동료 타일러 피츠제럴드는 “이정후는 인간이 아니”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선수에게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은 무례이고, 실례다. 단순히 심판이 놓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