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생 (5)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유튜브 스트릿(STRIT) 채널 ‘갱생(GANG生)’은 여타 힙합 뮤지션이 등장하는 콘텐츠와는 결이 전혀 다르다. 타 콘텐츠가 래퍼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예능 프로그램과 같다면 ‘갱생’은 ‘갱들의 삶’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래퍼들이 진짜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며 함께 고민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시도는 스트릿 채널 정혜진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라이트레코즈(Hi-Lite Records)의 수장 팔로알토가 함께 하고 있다. 팔로알토는 우울증 및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불리 다 바스타드(Bully Da Ba, 이하 불리)을 만나 건강한 삶을 제안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갱생’ 프로젝트에서는 Mnet ‘고등래퍼 1,2’와 ‘쇼미더머니6,7,8’에 출연한 불리가 함께했다. 평소 불리의 공황 장애와 좋지 않은 심리 상태를 알고 있던 팔로알토는 불리가 인스타 라이브에서 울면서 살려달라는 것을 보구 제작진에게 직접 제안을 했다. 정 PD는 “개인적인 의지가 있었고 않 좋은 생각을 버리고 안정적인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의해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팔로알토도 “콘텐츠를 위해 (설정 등) 한 것은 없다. 티저가 공개되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방송을 통해 당장 삶이 바뀔 수 없는데 대중이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고 선배 아티스트로 조심스럽게 이런 저런 활동을 제안했다. 촬영하는 것은 다른 힘든 것이 없었는데 불리가 장시간 촬영을 집중할 수 없어 항상 신경을 썼다. 몇번 촬영 중간에 공황이 오거나 아예 촬영 현장을 오지 못해취소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갱생’을 연출하고 있는 김예슬 PD도 “불리가 촬영전이나 지금 연락을 했을때나 말투나 스탠스는 다르지 않다. 똑같은 윤병호지만 촬영과 콘텐츠가 아니면 체험할 수 없고 가보지 못한 곳을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1~2번은 밖으로 나와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했는데 촬영으로나마 사회적인 경험과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갱생 (2)

팔로알토는 ‘갱생’의 다양한 돌발상황에도 유연하고 온화하게 대응하며 ‘팔보살토’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김 PD는 “실제로 레이블을 끌고가면서 후배 아티스트를 돌보는 노하우와 방법을 알고 계신다. 그 친구가 흔들려도 중심을 잡고 가 주신다. 촬영장 뿐만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가 꺼지면 더 신경을 쓰신다”며 고마워했다. 팔로알토는 “회사를 10년간 경영하면서 별의별 사건을 다 거쳤다”며 미소 지었다.

정 PD는 “‘P&Q 국힙상담소’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시즌2부터 참여했는데 팔로알토가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라는 래퍼에게 넷플릭스의 ‘FEEL RICH-힙합이 웰빙을 노래할때’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해줬다. 우리가 아는 래퍼의 모습과는 다른 건강한 모습이 있었다. 딩고 프리스타일을 3년정도 하면서 다양한 바이브를 가진 래퍼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싶었고 힘든 래퍼분에게 좋은 취미나 행동을 경험시켜 주고자 했다. 그리고 팔로알토는 힙합 신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만이 아시고 조언을 많이해주시는 래퍼라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팔로알토는 “유튜브 콘텐츠를 하이라이트레코즈 자생적으로도 하고 딩고에서 ‘다모임’ 프로젝트도 하면서 웃겨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피로도가 쌓였다. 개인적으로 ‘FEEL RICH’라는 다큐를 좋게 봤고 한국 버전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20대 중반의 래퍼들이 멘탈이 좋지 않고 성공해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했다.

래퍼들이 나오는 다른 콘텐츠가 예능적인 요소가 강하다면 다큐멘터리로서 결을 달리한 ‘갱생’은 좀 더 진정성있게 래퍼들의 삶을 비추고 있다. 정 PD는 “아티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행할려고 했다”며 “사람들이 이걸보고 어떤 리액션을 할 지 주의 깊게 봤다. 자극적이지 않고 왜 이런 솔루션을 주는지 가볍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조절했다”고 밝혔다.

갱생 (1)

‘갱생’에는 팔로알토 뿐만 아니라 윤비, 전범선, 디보, 어글리 덕, 기린 등이 ‘불리’를 위해 힘을 모았고 특히 마약 논란 후 3년 만에 컴백한 쿠시가 출연해 실질적인 조언과 방법을 알려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PD는 “불리가 20 여분을 만났는데 쿠시는 이미 정신과 약에 대한 의존을 거친 분이라 굉장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을 해줬고 병호도 흡수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정 PD 역시 “쿠시와 갱생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의 생활이 ‘FEEL RICH’와 같았고 적합한 게스트라고 생각했다. 불리도 그런것을 보고 느꼈는지 걷는게 도움이 된다는 말에 바로 걷더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래퍼들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느 무대 뒤의 진솔한 삶을 담아낸 ‘갱생’은 1회 조회수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합게 120만 뷰가 넘고 Mnet에도 정규편성됐다. 정 PD는 “워낙 무거운 주제라서 편성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왔다. Mnet에 이런 주제를 다루지 않았는데 긍정적인 편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팔로알토도 “뜻 깊은 편성”이라며 “내 인터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안을 해줬고 그 과정에서 나와 상의 하면서 만들었다. 모든 과정에 있다는 것이 좋다. 진지한 내용이라 사실 공개되면 5만뷰 예상했는데 콘텐츠 자체가 인정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갱생 (6)

‘갱생’은 29일 유튜브 채널과 엠넷을 통해 마지막회를 공개하지만 다음 시즌과 확장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정 PD는 “숏폼에서 시작해서 제한을 두고 만들었는데 넥스트를 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할 지 생각하고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불리도 이게 끝이 아니라 꾸준히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팔로알토는 “의도치 않게 이미지가 좋아졌는데 가장 바라는 건 불리가 방송 콘텐츠 끝나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쿠시 등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불리를 신경 쓰고 있다. 다음 시즌을 한다면 한 명이 아닌 많은 래퍼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과 팔로알토는 시청자에게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 PD는 “개인적으로 콘텐츠를 하면서 생각보다 주변에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분이 많은데 그럴 생각조차 못하는 친구도 많다. 자기가 힘들고 우울한 것은 이가 아프고 감기가 걸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니 마음을 돌보고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우리 콘텐츠에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등이 나오는데 작지만 환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정 PD는 “비단 래퍼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주위에도 공항을 겪는 분들이 많은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팔로알토는 “‘갱생’을 통해 악플에 대한 경각심도 커진다. ‘경생’에 악플을 달면 혼내주는 분들도 있다. 불리가 주인공이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사람들는 자신을 거울처럼 대입해서 봤다고 생각한다. 위로 받았고 나만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자체로 성공적이라고 느꼈다. 각자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지 느끼길 바라고좋은 에너지를 꾸준히 이어가는 각자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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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트릿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