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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빅리그가 혼란에 빠지면서 많은 이들의 시선이 태평양 너머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선수들 뿐이 아니라 빅리그에서 백업에 그치고 있는 선수들 또한 KBO리그를 지속적으로 바라볼 전망이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야구 지형도 역시 변할 모양새다.
메이저리그(ML)재개 날짜는 나왔는데 아무도 재개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ML 사무국은 최근 선수노조에 연봉 규모에 따른 삭감안을 전달했다. 7월초 팀당 82경기 체제 개막을 앞두고 최대 77% 연봉 삭감을 제안한 것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이 입수한 삭감안에 따르면 연봉 35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들은 780만 달러, 1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들은 290만 달러를 수령한다. 토론토와 연봉 20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도 수령액은 515만 달러로 4분의 1가량 줄어든다. ML 최소 연봉인 56만3500 달러 또한 26만2000 달러가 된다. ESPN은 ML 선수 중 65% 가량이 연봉 100만 달러 이하를 받고 있으며 연봉 100만 달러 선수들의 수령액은 43만4000달러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선수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반발 이상의 분노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시즌이 진행되기 위해선 1·2주 안에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불가능하다. 워싱턴 에이스 맥스 슈어저는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연봉 삭감안에 동의했다. 우리가 또다시 삭감안에 동의를 해야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와 흡사한 견해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무국은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은 후 공론화 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ML 사무국은 지난 3월 중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가 전면 중단되면서 경기수에 비례한 삭감안을 선수노조에 건넸고 선수노조는 이에 동의했다. 선수노조는 두 번째 삭감안을 거부하며 팀당 82경기가 아닌 100경기 이상을 치르기를 요구한 상태다. 경기수를 늘리고 삭감폭도 줄인다는 게 선수노조의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리그 전면 파업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이들은 마이너리그, 혹은 빅리그 백업 선수들이다. 마이너리그의 경우 ML와 달리 구체적인 시즌 재개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마이너리거들은 5월까지 주급 400달러를 받았는데 6월부터는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해고 통보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구단들은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ESPN은 1000명 이상의 마이너리거가 유니폼을 벗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어떻게 생업을 이어갈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절망적인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이 아시아 무대를 응시하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한 에이전트는 “현재 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과 대만을 향한 선수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100만 달러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KBO리그를 주목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미국의 경우 어쩌면 이듬해까지도 연봉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뛰기를 원하는 선수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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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에서 연봉 100만 달러 이하 선수들이 65%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ML가 정상화되기에 앞서 한국에서 뛰는 것도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ML 구단 스카우트들은 매일 KBO리그 경기를 바라본다. 올해만 봐도 LG 로베르토 라모스는 제2의 에릭 테임즈를, 두산 크리스 플렉센은 제2의 메릴 켈리, 혹은 조쉬 린드블럼이 되기를 원하며 한국땅을 밟았다. 외국인선수들의 KBO리그를 향한 구애는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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