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LG 이민호.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2020. 6. 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구위는 물론 멘탈도 보통이 아니다. 선배와 기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몸에 맞는 볼 하나로 주눅들고 흔들리는 대다수의 신인투수들과 달리 당당하게 공을 던지는 LG 이민호(19)다.

지금까지는 더할나위없다. 프로 입단 첫 선발 등판인 지난달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두 번째 등판인 지난 2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7이닝 2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두 번째 등판에서 1회부터 2점을 허용했으나 7회까지 추가실점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이어갔다.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마냥 구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골고루 구사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일찌감치 구상한 일이었다. 이민호는 4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는 패스트볼만 던져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이렇게 던지면 안 된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 프로에서는 타이밍을 빼앗고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프로에 입단하기 전에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면서 슬라이더도 좋아졌다”고 웃었다.

가장 자신있는 변화구로 슬라이더를 꼽은 이민호는 차명석 단장의 스카우팅 리포트도 당차게 재정립했다. 그는 “단장님께서 컷패스트볼을 던진다고 하셨는데 컷패스트볼은 던지는 법도 모른다. 컷이 아니라 슬라이더다. 슬라이더를 빠른 것과 느린 것 두 개를 던진다. 140㎞대 초반 슬라이더를 컷패스트볼로 보셨는데 단장님께 직접 컷이 아닌 슬라이더라고 말씀드렸다”고 당당함을 비췄다. 차 단장은 지난해 이민호를 1차 지명하며 “140㎞대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운드에서는 더 당당하다. 이민호는 지난 2일 경기 4회초 김동엽을 상대로 슬라이더를 구사했는데 손에서 공이 빠지며 몸에 맞는 볼을 범했다. 김동엽이 고통을 호소하며 1루로 향했고 이민호는 공손히 모자를 벗고 고개숙였다. 이어 김동엽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침착하게 마운드에서 벗어나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7회초 다시 김동엽을 만나 초구부터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며 두둑한 배짱을 증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민호는 “김동엽 선배님과 다시 상대했을 때 이전 타석에서 몸에 맞췄다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생각나지 않았고 그냥 똑같이 던졌다. 늘 타자와 승부시 이전 타석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민호
LG 이민호.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2020. 6. 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두 차례 선발 대결을 벌인 삼성 원태인의 “다시 만나지 말자”는 발언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민호는 “사실 던질 때 상대투수를 열심히 보는 편이 아니다. 타자와 승부가 중요하다”면서도 “지금까지 1승 1패니까 한 번 더 해야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한 번 더 대결하기를 바랐다. 원태인과 세 번째 승부도 응시하며 싸움닭 기질을 보인 이민호다.

이제 이민호의 시선은 오는 9일 잠실 SK전으로 고정돼 있다. 열흘 간격으로 선발 등판한 이민호는 이번에는 7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언젠가는 나도 5일 로테이션으로 돌아야 한다. 조금씩 줄여가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우겠다. 다음 선발 등판까지 잘 준비 하겠다. 올해 목표는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나가는 것이다. 볼넷 하나씩 나올 때마다 너무 아쉬운데 볼넷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