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허문회 감독, 정훈 솔로포에 박수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5회초 1사 좌중월 홈런을 날린 정훈이 들어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2020. 8. 20.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말하는 순간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뚜렷히 밝혔다. 롯데의 경우 경기 중 지도자가 먼저 선수에게 충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 감독은 15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전날 우익수 손아섭이 수비에서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 안타를 허용한 순간을 돌아봤다. 허 감독은 “수비 후 아섭이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 중에는 더 말할 수 없다. 아섭이는 바로 다음 이닝에 타석에 들어가고 또 수비도 해야 한다. 이미 끝난 일이다. 리셋하고 다시 시작이다. 굳이 왜 타구를 놓쳤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비 뿐만 아닌 타격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타격도 그렇다. 전날 오윤석이 임찬규의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뭐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코치들에게도 절대 경기 중에는 선수에게 말 걸지 마라고 한다. 말하는 순간 생각만 더 많아질 수 있다. 물론 선수가 지도자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답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가 경기 중에 먼저 선수에게 말하는 것은 당일 경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과학적으로도 사람이 짧은 순간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감독은 “타자 입장에서는 치기 싫어서 못치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무슨 공에 당했는지도 잘 안다. 나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늘 ‘즐기자’고 했다.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 중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는데 과연 선수가 즐길 수 있겠나”고 되물으며 “선수들 모두 스스로 느끼면서 다음에 대비한다. 정 안 된 부분은 경기를 마치고 코치들과 얘기하면서 해결하면 된다. 우리 팀은 경기 중 코치가 먼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어떤 구종을 노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타자들은 전력분석을 하면서 상대 투수를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경기 중 무엇을 지시하거나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의 만족이다. 지도자가 일단 선수에게 지시를 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 선수를 돕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기 중 지도자와 선수의 소통에서 선을 분명히 그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