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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의 스폰서로 나선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오른쪽)가 아들인 김우현이 해피니스 송학건설 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자 뺨을 어루만지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제공 | KPGA

“아들이 노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요.”

21일부터 나흘 동안 강원도 고성군 파인리즈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지는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은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의 신설 대회 가운데 하나다.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구두 제조업체 안토니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올 시즌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우현(23·바이네르)의 아버지다. 김 대표는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들에게 한 경기라도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무모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대회 개최에 대한 얘기가 오갈무렵 김우현은 지난 5월 해피니스 송학건설 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더니 그 다움 주에 벌어진 보성CC 클래식에서 2연승을 기록했다. 그는 “(개최)결정을 내린 뒤로 아들이 우승도 했고 사업도 술술 풀린다”며 싱글벙글이다.

사실 김 대표가 말한 ‘아들’은 김우현 뿐만이 아니다. 아들과 함께 땀흘린 선후배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드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대회가 없으니 기량있는 선수들은 모두 해외 투어로 빠져나가고 스타급 선수들이 없으니 투어가 갈수록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래서 수많은 ‘아들들’을 위해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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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을 앞둔 20일 박일환, 김승혁, 김우현, 허인회, 박상현, 김도훈(왼쪽부터) 등이 국내에서 가장 큰 구두로 인증받은 바이네르의 대형 구두 앞에서 멋진 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제공 | KPGA

이제는 아들이 아버지의 관심에 화답할 차례가 됐다. 보성CC 클래식 이후 벌어진 3개 대회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우현은 골프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그는 “아버지가 주최하시는 대회라 느낌이 조금 다르지만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즐기면서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현이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면 2007년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와 강경남(31) 이후 처음으로 시즌 3승을 기록하는 주인공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상 포인트 1000점을 얹어 올 시즌 KPGA 대상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고 상금랭킹에서도 선두로 뛰어온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박일환(22·JDX멀티스포츠)은 고향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일환은 파인리즈 컨트리클럽에서 지척인 속초 출신이다. 박일환은 올 시즌 톱 10에 5차례나 진입했고 평균 타수 70.094타로 이 부문 3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고향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일환은 “집에서 골프장까지 차로 15분 거리다. 집에서 바로 골프장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니 아주 편안해지는 것 같다. 고향 땅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한 이수민(21)과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이창우(21)가 나란히 프로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들은 최근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자는 시상식 현장에서 우승상금 1억원을 현금으로 직접 받게 된다. 현금 1억원이 오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