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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교(박지도-안좌도 구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신안=황철훈기자]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언제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주탐사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는 요즘 세상이지만 여전히 우주여행은 먼 훗날의 일일 뿐 그저 그림의 떡이다. 서해에 총총히 박힌 수많은 섬도 그렇다.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이 있지만 정작 외진 섬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수많은 섬이 다리로 연결돼 마치 징검다리 건너듯 죄다 둘러볼 수 있으니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구슬 같은 섬들을 연결해 보배를 만든 곳 바로 목포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신안군이다. 신안의 보석 같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목포에서 압해도를 지나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와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6개 섬이 엮인 굴비처럼 하나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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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뱃머리에는 누울 수 있는 그물망이 설치돼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가을의 호사 ‘요트투어’.

목포여행을 마치고 압해도를 거처 ‘천사대교’를 건넜다. 길이 7.22㎞에 폭이 11.5m로 길이로만 치면 서해대교(7.31㎞)와 맞먹는 수준이다. 9년여간의 공사 끝에 2019년 4월4일에 개통했으며 5814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신안의 보석 같은 섬들을 여행할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이다. 다리를 건너면 암태도다. 암태도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자은도가 있고 왼쪽으로는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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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요트
①오도선착장 요트 ②암치도 ③요트 뒷부문 ④요트 내부에는 의자와 침실, 화장실 등이 구비되어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천사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오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요트투어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요트투어는 오도선착장을 출발해 천사대교 밑을 지나 백로와 왜가리들이 둥지를 튼 ‘암치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코스로 약 한 시간이 소요된다. 요트의 정원은 47명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뒤편 갑판에는 음료와 커피가 준비되어 있고 계단으로 내려가면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주방 시설까지 완비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선상에서 요트를 즐긴다.

요트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자 가을 햇살과 가을 해풍이 온몸으로 스민다. 거대한 주탑에 길게 줄을 내린 천사대교가 마치 양팔을 벌린 듯 요트를 반긴다. 바다에 총총히 박힌 섬들이 마치 정원 연못에 피어난 수련처럼 앙증맞다. 때마침 선상에서 흘러나온 80년대 추억의 팝송이 흥겨움을 더한다. 가을에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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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섬 수석박물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자은도 해양 복합문화단지 ‘1004 뮤지엄파크’

자은도 서쪽 해송 숲이 아름다운 양산 해변에 해양 복합문화단지 ‘1004 뮤지엄파크’가 있다. 50만㎡(축구장 70배) 면적에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계박물관 등을 조성해놨다. 지자체에서 만든 그저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시 공간과 시설은 고급 리조트 못지않고 전시 콘텐츠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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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정원의 정문격인 석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수석정원은 마치 무릉도원을 구현해 놓은 듯 하다. 고인돌처럼 커다란 돌을 얹은 석문을 지나면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이 펼쳐진다. 거대한 기암괴석을 모아 정원석으로 꾸미고 정원석에는 나무와 이끼를 심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좀 전에 지났던 석문은 정원을 건너는 다리가 된다. 건너편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인공폭포가 그림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수석정원
①수석정원 ②기묘한 모양의 정원석 ③그릇 모양의 돌에 물을 담고 이끼와 식물로 장식한 ‘석부작’ ④모래언 덕뒤로 양산해변이 보인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수석정원의 감동이 채가시지도 않은 채 수석박물관을 찾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희귀한 수석들이 지역과 종류별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모두 기증받은 수석들로 꾸몄다는데 종류와 양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야말로 또 다른 감동의 시작이다. 사람과 동물을 닮은 수석에서부터 그림을 새겨놓은 듯한 수석, 바다 위의 섬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수석까지 진귀한 수석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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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박물관에서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특히 수석박물관에서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004섬 수석미술관 앱을 설치하고 전시관 바닥에 있는 AR마커를 스캔하면 산신령이 나타나 음성과 AR기능을 이용한 실감 나는 영상으로 해설해준다. 이를테면 용을 닮은 수석이 갑자기 날아오르고 돌에 새겨진 문양이 꿈틀대며 튀어나오는 식이다.

세계조개박물관은 갯벌의 환경지표인 조개, 고둥류를 연구하고 전시할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박물관이다. 1만1000여점의 패류 표본을 기반으로 설립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개와 고둥을 모두 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대왕조개를 비롯해 보석처럼 아름다운 전 세계 조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양산 해변도 필수 코스다. 수석박물관 뒤편에 모래언덕이 조성되어 있는데 자연 사구다. 호젓하게 걷기 좋고 사구를 배경을 사진을 찍으면 사막에 온 듯한 느낌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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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섬 박지도 ‘아스타정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보라보라의 천국 퍼플섬(반월·박지도)

언제부턴가 퍼플섬이 고유명사화되면서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퍼플섬은 안좌도 남쪽에 자리한 조그마한 두 개의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이르는 말이다.

이 두 섬은 지난해 ‘한국 관광의 별’ 본상을 수상한 데 이어 12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제1회 최우수 관광마을 공모전 (UNWTO The Best Tourism Villages Pilot Initiative)’에서 각각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퍼플섬의 백미는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놓은 퍼플교다. 나무데크로 조성해 놓은 보행용 다리로 안좌도 본섬에서 반월도, 박지도를 거쳐 다시 안좌도로 이어진다. 한 바퀴 도는 셈인데 어느 쪽으로 돌아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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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교(안좌도-반월도 구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반월도
①안좌도-반월도 구간의 퍼플교는 부교다. ②보라색이 칠해진 반월도의 집들 풍경이 이채롭다. ③반월도 해안 산책길 ④반월도의 반달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참, 퍼플교는 유료로 운영된다. 단 보라색 옷과 모자, 우산, 가방 등을 가져가거나 이름이 ‘보라’인 사람은 입장료가 면제된다. 안좌도에서 반월도로 이어지는 다리는 부교 형태로 조성된 다리로 이 또한 모두 보라색이다. 반월도에 도착하니 모두가 보라보라다. 지붕과 계단, 난간은 물론 쓰레기통과 송전탑까지 죄다 보라색이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가에도 경계석은 여지없이 보라색이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 입구에는 커다란 반달에 어린 왕자와 여우가 앉아있는 앙증맞은 조형물이 서 있다.

반월도는 섬의 형태가 반달을 닮아서다. 또 반월도의 산의 지형이 사람의 어깨를 닮았다 해 어깨산(견산)이라고도 부른다. 박지도는 박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하여 불린 이름이다. 바기섬 또는 배기섬으로도 부르는데 섬의 지형이 박 모양을 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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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섬의 명물 ‘퍼플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퍼플섬
①박지도 전동카트 ②반월도에서 박지도를 바라본 풍경 ③반월도-박지도 구간 퍼플교 ④반월도의 글자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이어지는 퍼플교 길이는 915m로 박지도에서 본섬으로 이어지는 구간(547m)보다 조금 더 길다. 다리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제법 넓은 데크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물 빠진 갯벌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도 즐겁다. 반월도에서 퍼플교를 건너 박지도에 도착하니 섬 오른쪽 언덕이 온통 보랏빛이다. 국화과 꽃인 보라색 아스타를 심어놓은 아스타 정원이다. 정원을 산책할 수 있게 탐방로도 조성했다. 특히 보라색 아스타 정원을 배경으로 퍼플교와 갯벌이 어우러진 언덕 위 풍경은 사뭇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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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퍼플섬인 박지도와 반월도에서는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전동카트를 운행한다. 노약자들이나 편하게 섬을 일주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제격이다. 특히 박지도에서 운행하는 전통 카트는 반월도와 달리 운전이 셀프다. 섬에서도 생각보다 식당을 찾기 쉽지 않다. 때를 놓치기 전에 퍼플섬 마을식당을 찾아보자. 보라색 밥인 일명 퍼플 밥과 함께 차려낸 백반도 맛볼 수 있다. 보라색을 내기 위해 국화와 버섯, 치자, 말린 비트 등을 우려내 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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