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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백규정(19·CJ오쇼핑)의 뚝심이 새로운 전설을 만들었다.
백규정이 19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벌어진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전인지(20·하이트진로)와의 연장 승부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3년 연속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 이 대회에 처녀 출전한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역사’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3명이 연장 승부를 벌인 것도 대회 사상 처음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청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2006년 홍진주 이후 8년만이다.
백규정은 지난 달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19·롯데)에 이어 L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한 해에 LPGA 투어 우승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KLPGA 선수가 2명이 배출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올 시즌 데뷔한 루키가 일궈낸 성적치고는 어마어마하다.
역사적인 무대는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의 18번 홀(파5)이었다. 드라이브샷이 떨어진 지점은 제각각이었지만 두 번째 샷은 약속이나 한듯 비슷한 자리에 떨어졌다. 가장 먼저 린시컴이 세 번째 샷을 홀 뒤쪽 1.5m 지점에 바짝 붙였다. 그러나 전인지의 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그린 오른쪽 경사면을 타고 워터해저드에 빠져버렸다. 이어 백규정의 샷이 린시컴의 볼 바로 앞쪽에 떨어진 뒤 살짝 백스핀을 타고 흐르자 갤러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전인지가 보기로 씁쓸하게 홀아웃한 뒤 린시컴이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홀 오른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심호흡을 가다듬은 백규정은 침착하게 볼을 홀에 밀어넣었다.
승부는 치열했다. 전반까지만 해도 우승권에서는 다소 뒤처져있었던 백규정은 11번 홀부터 신들린듯한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15번 홀까지 5홀 연속 버디. 순식간에 10언더파로 린시컴과 전인지와 함께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가장 먼저 린시컴이 홀아웃한 가운데 그 뒤를 따르던 전인지와 백규정에게 연달아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먼저 전인지가 홀 오른쪽 옆 2.5m짜리 버디 퍼트를 빠뜨렸고 이어 마지막 조의 백규정이 18번 홀 그린에 올랐다. 9언더파로 역시 연장전 합류의 기회가 있었던 박인비의 볼이 홀 뒤쪽 6m 지점에 떨어졌고 백규정의 볼은 그보다 3m 앞에 놓여있었다. 박인비의 퍼팅이 백규정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상황. 박인비의 버디 퍼트는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을 타고 흐르지 않았다. 박인비는 결국 9언더파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볼이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가는 것을 확인한 백규정은 머릿속에서 ‘슬라이스’를 지웠다. 그러나 백규정의 버디 퍼트는 홀 왼쪽으로 벗어났다. 린시컴과 전인지, 백규정의 운명이 연장전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백규정은 “후반에는 계속 따라가는 입장이라 즐기면서 재미있게 치려고 노력했다. 너무나 갑자기 우승이 찾아왔다. 이렇게 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총 2만6458명의 갤러리가 깊어가는 가을을 수놓은 필드의 향연을 만끽했다. 1라운드부터 대회를 지켜본 총 관중은 무려 5만2154명에 달해 올해 대회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영종도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