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식품·유통업체가 제품의 용량이나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 플레이션이란 꼼수로 사실상 가격 인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편의점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대형마트를 따돌리고 백화점과의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고물가 부담에 가성비 수요가 높아지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역주행’ PB제품으로 흥행중이다.

◇ 가성비 PB제품, 편의점 ‘효자템’ 등극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가성비 PB상품을 지속해 기획하고 출시할 계획이다. PB상품은 곧 실적으로 이어지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기획 후 제조업체에 생산만 맡겨 물류비, 수수료 등 유통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일반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1인 가구 증가에 편의성, 소형화, 가성비가 주된 소비 유형으로 확대되면서 편의점이 급성장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편의점은 이러한 소비 기조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성장세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2209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4% 상승했다. GS25는 운영점 증가와 점보도시락, 넷플릭스 협업 상품, 브레디크 생크림빵 등 차별화 상품 개발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특히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편의점 업계의 상품 기획력은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BGF리테일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는 빵을 반으로 갈라 크림을 보여주는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흥행하기도 했다. 이에 CU는 연세빵, 이웃집 통통이 약과 등 흥행에 힘입어 올 3분기 디저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6% 성장했다.

◇ 편의점 4사, 가성비 PB상품으로 경쟁

3분기 편의점 매출 1위를 지켰던 GS25는 기존 NB상품(제조사가 생산 및 판매를 관리하는 상품)인 신라면, 새우탕 등을 밀어내고 자체 기획한 공간춘쟁반짬짜면, 팔도점보도시락,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매출 각 1, 2, 3위에 나란히 올렸다.

이에 GS25는 물가안정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GS25 PB용기면 ‘유어스면왕’은 지난 21일 출시됐으며 NB 용기면(소컵 기준, 86g) 대비 중량은 22% 늘리고 가격은 1000원 아래로 낮춰 판매되고 있다. GS25는 “면과 건더기를 넉넉히 증량하는 방식으로 면왕 중량을 105g까지 키웠으며, 가격은 GS25 용기면 최저가인 990원으로 최종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안정, 대용량, 프리미엄 PB라면 라인업 구축, 편의점 라면 명가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매출액 2조2068억원을 기록한 BGF리테일 CU는 초저가 PB 시리즈는 전년 대비 22년 838.6%, 23년(1~10월) 165.3% 신장했다.

CU초저가 PB ‘HEYROO 득템 시리즈’는 지난 2021년 3월 시리즈 첫 출시 후 알뜰 소비 트렌드를 이끌며 올해 9월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또 CU는 지난 5월에 선보인 ‘감자칩 득템’ PB상품을 해외에서 직수입해 유통 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일반 감자칩 대비 최대 60% 저렴한 1600원으로 기획해 출시 6개월 만에 80만 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고물가 시대 실속 PB 대용량 우유 ‘굿민 흰우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굿민 흰우유는 일반 시중 상품과 비교해 동일 중량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10월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40% 상승했으며, 특히 대용량 흰우유 수요가 높은 주택가에서는 60%까지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도 가성비 수요에 대응해 올해 말까지 PB상품 ‘아임e 하루이리터 500㎖ 생수’(600원), ‘아임e 500㎖ 페트커피’ 4종(1300원), ‘아임e 하루e한컵우유 1L’(2400원)의 가격을 연중 동결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아임e 500㎖ 페트커피는 누적 10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호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인기 PB상품 연중 동결을 통해 편의점 최저가를 유지하며 고객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에 가성비, PB 상품 주도권을 둘러싼 편의점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업계는 PB 신상품을 연속 출시하며 이색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계는 주변 상권 분석을 통해 주 소비층들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PB로 흥행했다”며 “특히 고물가 속에서 1인 가구의 편의성을 추구한 점이 급성장 요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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