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축구판 유승민 신화’는 앞으로도 보기 어려운 것일까.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에서 당선한 정몽규(64) 회장은 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HDC아이파크몰 회의실에서 열리는 정기대의원 총회를 시작으로 4선 임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인 새 집행부 구성 및 발표는 인선 작업의 난항으로 총회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95%의 투표율(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 속 85.7%(156표)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당선한 정 회장은 지난 임기의 과오를 벗 삼아 강력한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특히 ‘젊은 축구인’의 중용이 핵심 화두였다. 지난 선거에서 절반에 달하는 아마추어 선거인단에게도 큰 지지를 얻은 정 회장은 현장 소통 강화와 더불어 정책 반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축구인 전무이사 제도 부활을 그렸다. 이밖에 상근부회장 등 협회 행정을 총괄하거나 실질적인 리더 구실을 할 직책에 젊은 축구인을 적극적으로 선임할 뜻을 품었다.
하지만 제안받은 이들 모두 ‘거절’ 의사를 보였다. 이들 중엔 정몽규 3기 체제 때 발생한 각종 행정 난맥상과 관련해 방송, 유튜브를 통해 강하게 비판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축구인이 포함돼 있다. 다수 축구 팬은 이들이 KFA 행정에 중용돼 한국 축구에 개혁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바랐는데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자연스럽게 비판 여론도 따른다. 젊은 축구인이 정작 책임과 권한을 지닌 일은 멀리하고 ‘훈수꾼’ 노릇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대우’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은퇴 이후 삶, 경제 활동에 고민이 크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만족도를 느끼는 건 현장이다. 지도자 등으로 활동하면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행정가로의 삶은 현장과 비교해서 연봉 등이 적다. 행정 업무를 하던 축구인 대다수가 현장으로부터 지도자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없이 떠나는 이유다.
‘샤이 정몽규’ 현상도 한몫한다. 정 회장은 지난 임기 때 국정감사장에 서는 등 정치계로부터도 지탄받았다. 여론은 악화했다. 4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KFA 행정엔 관심이 있으나 ‘내부자’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축구인이 있다.

그럼에도 젊은 축구인의 적극적인 도전과 참여를 바라는 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사례 때문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회장은 은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을 거쳐 체육회장직까지 올랐다. 경제적 이익을 고려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일찌감치 행정가 비전을 품으며 한 계단씩 올라갔다. 체육인 모두 이런 진정성을 느꼈기에 지난 체육회장 선거에서 유 회장에게 표를 줬다.
정 회장은 축구계에도 유승민 캐릭터가 필요한 것에 공감하며 ‘차세대 축구인 행정가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KFA 차원에서 축구인이 행정에 도전할 명분과 비전을 더욱더 제시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