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같은 팀 아냐? 전혀 못들었는데….”

2000년대 중반이니까 십수 년 전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도를 개선했는데,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KBO쪽에서는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이사회(사장회의)를 거쳐 의결했다. 각 구단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투표로 결정한 사안인데 왜 KBO만 탓하느냐”며 입을 삐죽였다.

“현장 의견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경기 규칙을 바꾸느냐. 원상회복해야 한다.”

2024년 3월 비슷한 풍경이 보인다. 시범경기부터 시범운영 중인 피치클락과 관련한 일부 현장의 불만이 여과없이 공개됐다. 이번에도 KBO는 “이사회에서 2024시즌 개막과 동시에 전면도입하자고 의결한 것을 전반기 시범운영으로 사실상 유보한 쪽이 KBO다. KBO는 피치클락을 후반기에 도입하겠다고 선언한적이 없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입을 강행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10대 1이다. 10개구단이 각자 목청을 높이면, KBO가 큰소리쳐도 들리지 않는다. 팬에게는 ‘각 구단이 KBO의 하부조직’이라는 인식이 깔린 측면도 있다. 제도, 규칙 등 각종 규정을 개정할 때 KBO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권한은 없다. 실행위, 이사회 등을 거치는 것도 같은 맥락. 이사회 의장인 KBO 총재는 사실상 사회자에 불과하다. 표결에서도 10개구단 사장과 동일하게 단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 만장일치가 유독 자주 나오는 것은, 구단의 서로다른 이해관계 탓이다. 반대하는 쪽이 있으면, 전원합의할 때까지 결정을 보류한다.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가는 구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KBO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한다”며 화살을 돌리기 일쑤다. 프로야구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악습이자 변하지 않는 관례다.

지금은 현장을 떠난 원로 감독은 “실행위 안건이 경기와 관련한 것이면, 단장이 당연히 감독을 찾아와 의견을 구해야한다. 감독이 코치진과 선수 의견을 들어봐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뀐 뒤 ‘그렇게 됐습니다, KBO가 결정했습니다’라고 통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회의를 해도 현장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후배들은 모이지도 않는다고 들었다”며 혀를 찼다.

경기력과 관련한 비난은 오롯이 현장의 몫이다. 선수선발과 코치진 인사는 구단의 몫인데, 잘못된 결정을 한 구단 고위직은 적어도 직장을 잃는 일은 거의 없다. 규칙이나 제도 등에 드러난 문제는 KBO가 덮어쓴다. 의사결정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구단의 몫이다. ‘수준미달’로 집중포화를 맞은 뉴미디어 중계권사 티빙 역시 구단의 선택이다.

논란이 일면 가장 먼저 꺼내드는 단어가 ‘쇄신’이다. 혁신이든 개혁이든 변화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40년 이상 KBO와 10개구단의 의사결정시스템은 변함없다. 책임지지 않는 구단 고위층과 끌려다니는 KBO.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와 사령탑은 가슴앓이만 한다. 진짜 쇄신해야 하는 건 구단 이기주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