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 기자]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합니다.”
‘아픔’을 겪었다. 그만큼 성숙해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비시즌 미국에 다녀왔다. 투구법을 바꿨다. 성과가 보인다. 아픔은 잊기로 했다. 팀을 위해 뛴다. KIA 임기영(32) 얘기다.
임기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에 헌신하는 선수다. 2023년 64경기 82이닝, 4승4패16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쐈다. 혹사 논란이 일어도 “나 정말 괜찮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여파가 없을 수는 없었다. 2024시즌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닝도 45.2이닝이다. 6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6.31로 부진했다. 6점대 평균자책점은 2018년(6.26)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KIA는 임기영 없이 통합우승을 품었다. 임기영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됐다.
지난해 12월21일 KIA와 3년 총액 1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9억원, 옵션 3억원이다.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초라하다면 초라한 계약이다. 하필 FA 직전 시즌 부진한 것이 컸다.

어쨌든 결과는 나왔다. 비시즌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훈련했다. 문제점을 찾았다. 좋을 때 모습을 다시 보여주려 한다.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다.
25일 연습경기 한화전에서 최고 시속 140㎞, 평균 시속 138㎞ 속구를 뿌렸다. 2024년 정규시즌 포심 평균 스피드가 시속 134~135㎞ 수준이다. 캠프인데 작년보다 빠르다.

임기영은 “미국에서 바꾼 게 있다. 던질 때 왼쪽 다리를 강하게 디딘다. 내 문제가, 앞다리가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다리가 죽으니 허리 턴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 훈련하면서 느낌이 왔다. 투구폼 자체를 건든 것은 아니다. 앞쪽에 힘이 실리니까 더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더라. 피칭할 때 느낌도 좋다”고 덧붙였다.
손승락 수석코치는 “임기영이 미국에 가서 어떤 식으로든 느낀 것이 있는 듯하다. 요즘 선수들은 자기가 느껴야 한다. 코치가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확실히 캠프에서 괜찮은 모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앞다리에 힘을 실으니까 확실히 공이 좋다. 상체 흔들림도 잡았다. 미국에서 배운 것을 잘 유지하려 한다. 본인도 느낌이 괜찮은 것 같더라”고 짚었다.
아쉬움은 뒤로 한다. 다시 뛴다. 임기영은 “아픈 곳은 없다. FA 계약은 어쩔 수 없다. 난 내 자리가 아직 없다. 그만큼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디가 됐든 팀에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욕심을 내면 안 된다. 건강하게 한 시즌 보내야 한다. 그게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장현식이 나갔지만, 조상우를 데려왔다. 정해영-전상현과 함께 필승조로 활약한다. 다른 불펜투수도 잘해야 한다. 임기영도 분명 몫이 있을 전망이다.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