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모의고사만 계속 볼 수는 없죠.”
KIA의 ‘행복한 고민’이 마침내 끝났다. 5선발 주인을 정할 때가 왔다. 스프링캠프에서 결정을 낼 생각이었지만, 조금 더 봤다. 김도현(25)과 황동하(23)가 경쟁했다. 결과 발표만 남았다.
김도현과 황동하는 2024시즌 나란히 ‘대체 선발’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황동하가 103.1이닝 먹었고, 김도현이 75이닝 소화했다.
자연히 올해도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제임스 네일-아담 올러 외국인 원투펀치에 양현종-윤영철까지 토종 라인은 정했다. 한 자리 주인만 정하면 되는 상황.

스프링캠프 당시 이범호 감독은 “웬만하면 캠프 평가전까지 마치면, 5선발을 정한 상태에서 시범경기에 들어갈 생각”이라 했다. 그러나 고민이 계속됐다. 어느 한쪽을 택하자니, 다른 한쪽이 눈에 밟혔다. 둘 다 좋아서 그렇다.
그래서 시범경기에서 한 번씩 더 봤다. 8일 롯데와 경기에서 김도현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3이닝 3안타(1홈런) 무사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은 나왔으나 구속도, 구위도 모두 좋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7㎞이다.
9일 롯데전에서는 황동하가 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2이닝 3안타 1볼넷 1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롯데 타선을 잘 막았다. 속구도 최고 시속 145㎞까지 때렸다.

9일 경기에 앞서 이범호 감독은 “김도현은 아직 완전한 자기 밸런스는 아니라고 하더라. 잡아가는 단계다. 잘 가고 있다. 던지는 느낌을 봐도 선발에서 한자리를 할 수 있는 선수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은 선발 윤영철이 던지고, 황동하가 두 번째 투수로 나간다. 던지는 것까지 보겠다. 그리고 김도현과 황동하를 놓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 투수코치와 최종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탈락이 끝은 아니다. 이 감독은 “모의고사가 계속됐지만, 계속 모의고사만 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과적으로 오늘이 수능날이 됐다”며 웃었다.

또한 “둘 중 한명이 선발로 가지만, 다른 선수도 시즌 치르면서 중요한 순간 쓰겠다. 길게 던지면서 자기 역할 해줘야 한다. 어차피 선발 5명으로 풀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시즌 치르면서 대체 선발은 언제나 필요하다. 얘기 잘하고, 멘탈 관리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당시 손승락 수석코치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김도현과 황동하 둘 다 페이스가 좋다.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또 아깝다”고 했다. 없어서 하는 고민보다는 낫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도 괴롭다. 어쨌든 긴 테스트가 끝났다. 5선발 주인공은 누가 될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