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르네상스다. 장르의 다양성으로 팬덤 폭을 넓히고 있다. ‘아이돌 문화’로 대표되는 K팝이 Z세대를 만나 영토를 무한 확장 중이다. 그래서 2025년 K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Z세대는 아티스트의 콘셉트보다 서사와 메시지를 중시한다. K팝 산업도 더 이상 퍼포먼스 하나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정체성, 세계관, 소통 방식이 음악만큼이나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말 그대로다. 각종 차트만 봐도 그렇다. 퍼포먼스 기반 아이돌 인기는 여전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발라더 시장과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트로트 열풍에 밴드까지 가세했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꼽히는 Z세대가 K팝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전에 없던 ‘버추얼 아이돌’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덕분에 K팝은 80~90년대 감성부터 디지털 세대의 추구미를 모두 충족하는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 아이돌 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한 게 1995년 전후이니, 20년 만에 두 번째 확장기를 맞이한 셈이다.

K팝의 장르적 다양성은 Z세대와 떼려와 뗄 수 없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K팝을 소비한 첫 세대다. 때문에 K팝의 전형적인 스타일, 퍼포먼스 중심의 구성, 후렴구 중심의 중독성, 콘셉트 기반의 서사는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다.
더구나 Z세대는 개별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진정성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밴드 음악과 버추얼 아이돌이 주류로 자리잡은 이유다.
Z세대는 스트리밍에 머물지 않는다. 실물 앨범, 아날로그 감성, 라이브 공연을 통해 음악을 경험하고 소유한다. 음악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밴드 음악이 대세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25년을 대표하는 밴드는 단연 데이식스다. 2015년 11월 1000석 규모로 시작한 데이식스는 데뷔 10년 만에 K팝 밴드 사상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도 입성했다. 여성 밴드도 빼놓을 수 없다. QWER는 하이틴 밴드 콘셉트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연착륙에 성공했다. ‘젊은 밴드’들은 퍼포먼스보다 음악성과 서사를 앞세워 팬과 유대를 형성한다.

밴드가 대중음악을 줄기는 전통방식이라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도 눈여겨 볼 만한 지점이다.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는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컴백마다 버추얼 아이돌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지난 2월 발매한 미니앨범 ‘Caligo Pt.1’은 발매 당일 멜론 TOP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감정 소모나 스캔들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들은 Z세대가 요구하는 투명성과 일관성을 충족시킨다. 기술과 음악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콘텐츠는 디지털 세대 감각에 부합한다.
어떤 면에서는 대중음악 소비 패턴에서 양극단에 있는 두 가지 유형이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사례가 있을까 싶다. 단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소비 방식이 달라진 데에 대한 필연적 대응이다. 음악은 이제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해석하는 것’이라는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