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KBO리그 최고 타자가 메이저리그(ML)로 향했다. 당연히 기대는 했다. 첫 시즌은 ‘쓴맛’이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두 번째 시즌은 완전히 다 르다. 타격왕까지 할 기세다. 샌프란시스코 ‘바람의 손자’ 이정후(27)가 날고 있다.

이정후는 올시즌 초반 ‘미친’ 활약을 선보인다. 20경기 출전해 76타수 27안타, 타율 0.355에 3홈런 14타점 19득점이다. 출루율 0.412, 장타율 0.632, OPS 1.044를 찍고 있다. 12삼진-8볼넷으로 비율도 좋다. 현재 내셔널리그(NL) 타격 3위다.

특히 2루타가 눈에 띈다. 리그 1위다. 20일까지 2루타 10개 날렸다. ML 전체에서 두 자릿수 2루타를 때린 선수는 이정후가 유일하다. 홈런이 3개로 많지 않은데도 장타율이 6할이 넘는 이유다.

그야말로 샌프란시스코 부동의 3번 타자다. 중견수 수비까지 단단하다. 공수를 모두 갖춘 선수.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달러(약 1610억원)를 안긴 이유가 있다.

사실 2024시즌은 ‘불완전 연소’로 끝났다. 5월13일 홈 신시내티전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히며 어깨 부상을 당했다. 그대로 시즌 아웃이다.

조용히 칼을 갈았다. 재활에 매진했고,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보란 듯이 방망이를 돌린다. 현재 내셔널리그(NL) 타격 3위다. 1위 브랜던 도노번(세인트루이스, 0.361)과 아주 큰 차이가 아니다.

현지에서도 호평이 쏟아진다. 개막 전만 해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젠 아니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이제 샌프란시스코 간판이 됐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는 놀라고 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2017년 데뷔해 179안타를 치며 신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썼다. 이후 매년 3할을 훌쩍 넘는 타율을 기록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했다.

2021년에는 타율 0.360을 기록하며 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같은 곳에 섰다. KBO리그 역대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이다. 2022년에도 타격왕에 올랐고, 정규리그 MVP까지 품었다.

빅리그에서도 이정후 방망이는 여전하다. 다른 기록도 도전한다. ‘한미(韓美) 타격왕’이다.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리거 중에 타격왕 타이틀을 딴 선수는 없다.

지난해 NL 타격 1위가 루이스 아라에즈(샌디에이고)다. 타율 0.314를 기록했다. 2023시즌에도 아라에즈가 타율 0.354로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2위가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0.337)다. 다시 2022년을 보면 제프 맥닐(뉴욕 메츠)이 0.326으로 수위타자가 됐다.

사이클이 있기에 처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0.350대 타율을 찍고 있다. 이정후가 0.330대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타격왕도 꿈은 아니다.

역대 아시아 선수 가운데 ML에서 타격왕에 오른 선수는 딱 한 명이다. 스즈키 이치로다. 이정후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선수. 뒤를 이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타격 1위’에 오르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못할 것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