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레전드 혹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은 팬심(心)을 뒤흔든다. K리그가 꽤 시끌시끌하다. KBO리그에도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이적이 있다. 길게는 수십년이 흘러도 여전히 회자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88년 삼성-롯데 ‘대형 트레이드’다.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던 최동원에 대한 구단의 ‘보복’ 성격이 짙게 깔려 있다. 당시 총 7명의 선수를 맞바꿨다. 삼성은 김시진, 전용권, 오대석, 허규옥을 내보내고 롯데로부터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을 받았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따내며 롯데 우승을 이끈 선수였다. 김시진도 KBO 최초의 100승을 기록한 투수였다. 이런 선수를 바꿨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 달 뒤에도 두 구단은 장효조-장태수(삼성)와 김용철-이문한(롯데)을 맞바꾸는 2차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팬들의 충격이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 다수는 은퇴 후에도 구단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토로한 바 있다.

1998년 해태와 삼성의 ‘빅딜’도 여전히 언급된다. 당시 해태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팀 내 최고 자원이던 임창용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았다. 삼성은 양준혁을 포함해 곽채진, 황두성 그리고 현금 20억원을 내줬다.

특히 양준혁은 강력히 반발했다. 은퇴 얘기까지 꺼내며 맞섰을 정도다. “내 몸엔 푸른 피가 흐른다”라는 양준혁의 발언은 여전히 오르내린다. 이후 양준혁은 2002년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삼성으로 다시 돌아갔다.

2000년대 들어서도 ‘선수협 이슈’는 트레이드 사유로 작용했다. 2001년 2월, 선수협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마해영은 삼성 김주찬, 이계성과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를 떠났다. 팀 내 최강 타자로 군림했으나 ‘선수협 결성’이 구단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2004년에는 LG를 대표하던 ‘야생마’ 이상훈이 SK(현 SSG)로 이적하며 파장이 일었다. 이순철 감독, 프런트와 갈등이 문제였다. SK는 양현석과 오승준을 내주며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 유니폼을 입은 이상훈은 시즌 도중 “LG를 상대로 도저히 공을 던질 수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트레이드가 아닌 ‘보호선수 제외’로 팬들이 상실감을 느꼈다. ‘짐승’ 김강민이다. 2001년 입단 이래 2023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인천의 심장’이라 불렸다.

2024년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명단에 제외되며 한화로 이적했다. 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난리’가 났다. 결국 김성용 단장(현 SSG 스카우트 팀장)이 단장직에서 물러났을 정도.

이후 김강민은 지난달 28일 다시 문학으로 돌아왔다. 특별 엔트리를 통해 SSG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을 치렀다. 김강민은 “영원히 SSG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은퇴식을 인천에서 치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 뒤 팬들과 작별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