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종범이 프로야구 코치 유니폼을 벗고, 예능 옷을 입는다. 시즌중 퇴단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종범은 야구붐을 일으키기 위해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결정은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종범은 선택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6월초 ‘최강야구’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현직 코치 신분이기 때문에 사양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은퇴한 후배들에게 연락와서 ‘최강야구’를 이끌어 주길 부탁받았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
은퇴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종범의 설명을 보면, 단순히 시즌중 팀을 떠난 한 지도자의 이탈로만 보기엔 섣부른 구석이 있다. 레전드인 이종범은 예능감독 욕심이 있을수 있다.
다만 그 선택의 이면을 ‘확장’해서 보면, 프로야구 현장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코치 처우 문제’라는 구조적 병폐도 숨어 있다.
야구육성사관학교(경북 군위) 최익성 총감독은 프로야구의 감독과 코치의 지나친 갭을 지적한다. 최 총감독은 “프로감독과 코치 사이의 연봉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감독은 수억원을 받지만 코치는 초봉 4~5000만원에 머문다. 해다마 단기계약이라 불안정한 지위가 고착되어 있다. 수억대 연봉의 선수들도 은퇴하면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이런 구조속에서 누가 묵묵히 코치를 하고, 또 남으려 하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강야구’와 같은 프로그램은, 은퇴 선수들이 다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대다. 이종범이 은퇴 선수들에게 ‘자신이 구심점이 되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좋은 선수 출신이자 지도력을 겸비한 인물이 프로야구 안에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이종범 정도의 스타가 아닌, 은퇴 선수나 코치라면 예능진출은 특히 우선적 선택지다.
그 연장선에서 각 구단은 코치들의 처우에 대해 재고할 시점이다. 코치연봉 개선, 다년계약 도입, 계약금 지급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구단들이 실현할 때다. 그래야 유능한 코치들이 야구판을 떠나지 않고, 젊은 지도자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야구는 팀플레이다. 감독 한 명에게 권한과 보상을 몰아주는 구조로는 프로야구의 지속 발전이 어렵다. 한국 야구가 진정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선, 현장지도자인 코치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종범은 떠났고 그 선택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다. 시즌 중에 팀을 떠났고, 예능프로의 감독 출연료는 상당한 고액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디어 주목도 역시 다르다.
그러나 한쪽만 보고, 그쪽으로만 몰고가면 이면을 놓칠 수 있다. 이종범을 향한 비난은 별개로, 이번 기회에 은퇴 선수들이 좋은 코치로 활동하고 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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