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키움을 바라보는 수많은 야구인들이 남긴 말이다. 비단 2025년 얘기만이 아니다. 전부터 그랬다. 올시즌 ‘폭발’하는 모양새다. 갑작스럽게 1군 감독과 수석코치, 단장을 잘랐다. ‘보직 해임’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결국 경질이다.

키움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위재민 대표이사가 홍 감독과 고 단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구단의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려 노력한 흔적이라면 흔적이다.

충격이다. 구단이 설명한 사유는 성적부진이다. 키움 관계자는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상태로는 후반기를 넘어 내년, 내후년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내부적으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를 고려했을 때 새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임 감독이 있는 상태에서, 물밑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홍원기 감독 해임을 먼저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판을 벌려놓고 억지로 수습하기 위해 꿰맞춘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감독과 단장, 수석코치를 한 번에 잘랐다. 단순히 대표이사가 결정했다고 보기에는 ‘판’이 너무 크다. ‘그 뒤에 누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사실 홍 감독은 ‘있는 선수단’으로 시즌을 치렀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나간 선수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김하성-이정후-김혜성-박동원-최원태-조상우를 다 팔았다.

2024시즌 후 아리엘 후라도(삼성)-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도 ‘미련 없이’ 보냈다. 올시즌을 마치면 송성문도 메이저리그(ML) 도전할 수 있다. 오히려 이쪽은 구단이 바란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미 키움은 김하성-이정후-김혜성 3명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수십~수백억원을 챙겼다. 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다. 전력 보강에 다시 투자했다면 또 모르겠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외국인 선수도 야수2-투수1로 가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결국 실패다. 젊은 선수를 끊임없이 돌아가며 기용했다. 육성인지 방임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모든 것이 과연 홍 감독의 오롯한 의지였는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은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이 시즌에 나선 셈이 됐다. 그리고 ‘결별 엔딩’이다. 꼴찌 전력을 줬는데, 꼴찌라고 잘랐다. 고형욱 단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사실상 업무 배제상태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김창현 수석코치까지 같이 해임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여러모로 ‘파격’이 계속되는 셈이다.

투자 없이는 성적도 없는 법이다. 그런데 성적을 바란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신’이 아니다. 유망주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 강팀이 될 수 있다. 그게 한 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당장 새 감독이 온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리빌딩’을 천명한 지는 오래됐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운영 철학’이 필요하다. 키움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 인기 대폭발로 키움도 이득을 많이 보고 있다. 올시즌 19번이나 매진됐다. 최근 9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신기록도 쓰고 있다. 이게 과연 ‘키움이 잘해서’일까. 뭔가 착각하는 듯하다. 지금 키움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파격도 웬만해야 한다. 계속되면 ‘막장’일 뿐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