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김민규 기자] “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한다. 전인미답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페이커’ 이상혁(29·T1) 얘기다. 이상혁이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소속팀 T1과 4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원클럽맨’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2013년 T1(당시 SK텔레콤 T1)에서 프로 데뷔 후 12년. 팀을 떠난 적이 없다. 2029년까지 4년 더 함께한다. 사실상 종신 계약이다. 팀과 팬 모두에게 확고한 신뢰를 입증했다.

이는 프로야구 SSG의 최정(38)처럼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스타가 단 하나의 팀에서 가치를 축적해온 ‘전설의 궤적’과도 겹친다. 두 사람은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뚝심 있게 커리어를 이어가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로 통한다.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사상 가장 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5회 우승,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10회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우승. 여기에 ‘전설의 전당(Hall of Legends)’ 1호 헌액까지. 그가 쌓은 금자탑은 LoL e스포츠의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페이커’는 팀을 떠난 적이 없다. 수많은 글로벌 팀들의 ‘거액’ 러브콜이 쏟아졌으나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이상혁은 “T1은 내가 선수로서만 존재하는 팀이 아닌, 삶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4년 재계약은 단순 계약 연장을 넘어, 영원한 ‘T1 원클럽맨’으로 또 하나의 역사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꾸준함’의 가치는 최정과 닮았다. 또한 SK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정은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후 21년째 한 팀에서만 뛰며 KBO리그 최초 500홈런을 달성했다. 홈런왕보다 더 대단한 건 ‘꾸준함’이다.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9년 연속 20홈런. “될 때까지 한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됐다.

‘페이커’도 그렇다. 누구보다 일찍 정상에 올랐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경기력, 리더십, 인성 모두 변함없다. 어느덧 현역 최고 맏형이 됐지만 여전히 최정상급 미드라이너로 활약 중이다. 두 선수 모두 기복 없이 긴 시간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지킨다는 점. ‘원클럽맨’으로서 팀에 남긴 유산은 팬들에게 어떤 스펙보다 설득력이 있다.

T1과 4년 더 동행으로 ‘페이커’는 2029년까지 T1에서 뛴다. 이는 구단에 대한 신뢰와, 뜻이 통하는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또한 한 팀, 한 리그에서 ‘꾸준함’으로 쌓아 올린 전설은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 ‘4년 더 계약’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와 업적의 연속이다.

이상혁과 최정, 종목은 다르지만 둘은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들이 써 내려가는 길은 기록 그 이상이다. 팀을 향한 무한한 충성, 팬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자세까지.

‘페이커’의 재계약 결정은 원클럽맨이라는 이름 아래 적힌 진심의 각오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전설이 만들어가는 영원한 클럽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