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2024년 한 해 매출 6825억원. 대기업과 비교하면 많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만성 적자’를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액이지만 영업이익을 내는,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한 KBO리그다.
KBO리그가 2연속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르면 주중 3연전이 끝나기 전 역대 최소 경기 800만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일까지 집계한 관중 지표는 778만6542명이다. 경기당 평균 1만7303명이 ‘직관’했다.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 정규시즌에만 1245만명이 KBO리그를 현장에서 즐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입장수익만 보자. 정규시즌 450경기를 치르면서 1299억8361만3152원을 벌었다. 하루에 다섯 경기씩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일매출 14억4426만2368원꼴이다. 단순환산하면, 정규시즌 입장수익만 2079억7378만560원이다. 각 구단이 모기업에서 받는 지원금(광고 연계 매출), 굿즈 등 파생상품 판매액, 중계권료 등을 합치면 역대 최초로 연매출 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규제 개혁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행정·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면, 연매출 1조원 시대도 꿈은 아니라는 얘기다. 야구를 매개로 한 예능이 이어지고, 광고와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는 야구를 활용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더 이상 ‘그들만의 공놀이’가 아닌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으로 크게 휘청한 KBO리그는 국내 스포츠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 가능 모델’로 평가받는다. 일부 시민단체나 프로 스포츠 구단의 구조를 모르는 쪽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이니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는 특혜시비를 걸기도 하지만, 10개구단 모두 사실상 ‘자급자족’ 시스템이어서 하루하루 피 말리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직원 수(하청업체 포함) 200명가량의 소기업이다.
10개의 소기업이 공동생산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7000억원을 웃돌면, 이른바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돼 박수받아야 한다. 2030세대가 ‘직관의 맛’에 빠지고, 필연적으로 ‘팬덤 문화’가 발현하면서 KBO리그는 누구에게든 ‘스포츠 산업을 끌어가는 리더’라고 자랑할 만한 위치로 올라섰다.

외형 확장은 성공했지만, 아직 ‘산업화’를 선언하기에는 의식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KBO리그가 3년 내 매출 1조원 시대를 바라볼 만큼 급성장한 이유를 야구장 안에서만 찾는 듯한 행보여서다. 특히 국가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해 이재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만 매몰돼 있다.
2023년 이후 매년 여름이면 많은 시민이 수해로 시름 한다. 한 번 수해를 입은 지역이 또 물난리를 겪는 건 내란 준비로 민생과 안전을 등한시한 정부 책임이 크다. 더구나 올해는 봄철 대형 산불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폭우로 피해를 본 시민 중 상당수는 야구팬이다. 당장 광주광역시만 해도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인근인 북구 신안동 주민 다수가 생활 터전을 잃었다. 대구, 울산, 경남, 충남 등도 마찬가지. 이들 지역은 ‘광의’로 KBO리그 구단들의 연고지다. 연고지내 주민들이 재난을 당한 상황에 10개구단 중 단 한 곳도 구호 지원을 위한 노력을 발표하지 않는다. 피해 상황을 물어보면 “오늘 경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위의 답만 돌아온다.

올해 1월 LA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자 다저스와 에인절스(이상 ML), 레이커스, 클리퍼스(이상 NBA) 등 지역 연고 구단들은 ‘LA 스트롱’ 캠페인을 전개하며 대규모 기부 캠페인을 펼쳤다. 스타플레이어 개인의 기부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프로 구단들의 구호 노력은 프로스포츠가 ‘사회적 기업’으로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오늘 경기 개최여부와 승패, 정규시즌 순위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야구를 사랑하고 팀을 응원하고, 관람하는 팬이 없으면 KBO리그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구단 형편이 기부를 할 정도가 안된다”는 궁색한 변명보다 선수 모자나 유니폼에 패치를 달거나, 응원도구 등에 기부 캠페인 문구를 삽입하는 등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승 수 쌓는 것으로 추앙받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좀 품격을 갖출 때도 됐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