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광복절(光復節).

‘빛을 되찾은 날’이라는 의미로, 지난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새기고 있는 날이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영화팬들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3일 오전 9시 기준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실시간 예매율에서 46.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예매 관객수는 34만8308명에 달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혈귀의 본거지 무한성에서 펼쳐지는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들의 최종 결전 제1장을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오는 22일 개봉한다.

원작은 일본 작가 고토게 코요하루의 작품이다. 누적 발행 부수만 2억2000만부를 돌파한 인기작이다. 지난 2021년 또 다른 극장판 시리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역시 개봉 당시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수 215만 명을 기록했다.

다만 원작 만화는 이미 몇 차례 ‘우익’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작품 속 배경은 일본 제국주의인 다이쇼 시대로, 극 중 ‘귀살대’라는 조직이 일제 학도병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주인공이 착용하는 귀걸이에는 전범기가 그려져 있다.

이 여파로 지난 9일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극 중 주요 캐릭터가 시구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우익’ 논란이 제기된 일본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귀멸의 칼날’ 신작이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우익’ 논란을 일으킨 작품의 화제성과 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영화 전문 채널 OCN은 광복절 당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 편성을 예고했다.

작품에선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는 실제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벗어난 시점과 맞물린다. 이를 의식한 듯 ‘오펜하이머’는 지난 2023년 개봉 당시 8월 15일 광복절을 개봉일로 선택했다. 당시 ‘오펜하이머’는 누적 관객수 323만 명을 기록하며 그해 총 박스오피스 중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오펜하이머’는 일본 관객들의 갑론을박을 유발한 작품 중 하나다. 당초 ‘오펜하이머’는 지난 2023년 7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현지에서 개봉했으나 일본에선 8개월 뒤인 지난해 4월에서야 극장에 걸렸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일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사건으로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이 작품이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이 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예매부터 편성까지, 이는 모두 개인의 선택이자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좋아하는 문화를 향유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전한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작품은 작품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눈치싸움이 있긴 하다”고 귀띔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