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전=박연준 기자] 롯데가 데이비슨을 떠나보내고 새로 영입한 빈스 벨라스케즈(33)의 첫 무대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표면적인 기록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숫자 뒤에 숨은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시속 140㎞가 넘는 ‘고속 체인지업’이 예술이다.
벨라스케즈는 1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선발로 나서서 3이닝 6안타 2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68개다.
경기 초반부터 장타를 허용하며 실점이 크게 불어난 것이 아쉬웠다. ‘10승’ 터커 데이비슨의 대체 자원으로 영입된 선수다. 데뷔전 결과만 놓고 보면 ‘폭망’이라는 표현이 나올 법한 경기 내용이었다.

한 경기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외국인 투수의 첫 경기 부진은 낯선 환경과 경기 리듬, 타자 스타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투수가 KBO 첫 등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가, 두 번째 등판부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곤 했다.
벨라스케즈는 시속 153㎞의 빠른 속구를 비롯해 슬라이더, 너클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특히 체인지업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체인지업은 속구 대비 시속 10㎞ 이상 느린 구속으로 타이밍을 빼앗지만, 벨라스케즈의 체인지업은 시속 147㎞까지 나왔다.
속도만 놓고 보면 웬만한 투수의 속구 구속이다. 타이밍 직전에 ‘뚝’ 떨어지는 움직임이 예술이다. 초속은 빠르지만 포수 미트 앞에서 속도가 갑자기 줄어든다.
‘고속 체인지업’이라 불린다. KBO리그 타자들에게 생소한 유형이다. 속구와 거의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와 팔 스윙으로 던져지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속구로 착각하기 쉽다. 벨라스케즈가 제구만 안정시키면, 향후 타자들이 대비하기 어려운 주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구종을 고루 던질 수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이날 경기에서도 스위퍼를 비롯한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았다. 시속 137㎞ 중반대에서 예리하게 휘어들어 오는 슬라이더는 오른손 타자 바깥쪽 승부에 적합했다. 너클커브는 종속 변화로 ‘루킹 스트라이크’를 유도해냈다.
메이저리그에서 144경기 등판한 ‘베테랑’ 투수다. 경험이 풍부하다. 다음 등판에서 ‘해답’을 찾고 준수한 투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