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하마터면 빈손으로 돌아갈 뻔한 KIA에도 수확은 있었다. 총체적 난국 속 제 몫을 해낸 1라운드 출신 신인 투수 김태형(19) 얘기다.
지난 25일 트래직 넘버 소멸로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KIA의 현 순위는 8위. 63승4무73패, 승률 0.468을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성적을 살펴보면 2승8패로 이 기간 최하위다. 지난해 통합우승에 젖은 탓인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세부 지표 역시 너 나 할 것 없이 암울하다.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 모두 7위에다가, 불펜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9위다.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한 키움과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5점대를 찍었다. 전반기는 ‘함평 타이거즈’ 덕에 어찌어찌 버텼지만, 구단과 선수단의 안일함이 여실히 반영된 셈이다.
게다가 이대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면 1996년 OB(현 두산)에 이어 KBO리그 통산 두 번째 불명예 타이틀을 얻게 된다. 무려 29년 만에 전년도 한국시리즈(KS) 우승팀이 8위 이하의 성적을 내게 되는 것. 잔여경기가 4경기 남은 가운데, 다시금 연패에 빠지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래도 장래가 마냥 어두운 건 아니다. 올해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태형이 시즌 막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퓨처스 총 14경기 가운데 13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1군에서 데뷔 첫 5이닝 투구를 소화하는 등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태형 역시 자신의 성장을 느낀다. “2군에서는 5이닝도 못 버티고 대량 실점 뒤에 강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멋쩍게 웃은 그는 “그런데 1군에서 5이닝을 던졌다. 볼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경기도 (예전보다) 능숙하게 끌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밸런스에 중심을 뒀다. 김태형은 “후반기부터 좋아졌다”며 “고등학교 때 영상도 찾아봤다. 느끼는 것도 많았고, 그걸 토대로 경기에 임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150㎞ 이상 던지는 투수는 밸런스만 찾으면 된다고 말씀 주셨다”고 설명했다.
사령탑도 김태형의 자신감 있는 투구를 높이 평가했다. 이 감독은 “피하는 것보다 붙어봐야 공부가 된다. 배포가 있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태형 또한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알게 된 것 같다”며 “지금보다 2년 차 때 더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KIA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