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tvN 신사장 프로젝트에서 김상호가 서사의 중심을 잡고 있다.
30년 경력의 부장판사 김상근으로 등장해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고, 인물들을 한 장면씩 다음 칸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이다.
가장 강한 장면은 초반에 나왔다.
수석 판사 조필립(배현성)을 출근 첫날 신사장(한석규)의 치킨집으로 보낸 결정.

법원 바깥으로 내보내 ‘사건을 시민 눈높이에서 보게 하려는’ 김상근의 한 수가 이후 전개를 당겼다. 조필립이 이유를 묻자 김상근은 “다 알려줄 거면 뭐 하러 거기를 보냈겠냐”라고만 남겼다.
설명 대신 과정을 설계한 멘토의 방식이다.
판결 장면에선 결이 달라졌다. 과거 가해자들에게 단호한 판결을 내리던 김상근의 기록을 본 조필립의 눈물이 클로즈업됐다.
이후 김상근의 “이제 다시 돌아오라”에 조필립은 “두 달만 더 배우고 돌아오겠다”라고 답했다. 김상근이 신사장과 조필립 사이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둘의 시간을 연결하는 구조가 확정된 순간이다.

김상호의 장점은 과장되지 않는 톤이다. 짧은 문장과 건조한 표정으로 통쾌함을 만든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조필립의 복귀 타이밍. 둘째, 신사장과 김상근의 과거 결이 언제 드러나는가. 셋째, 김상근의 다음 개입 방식. 법정 안팎을 오가는 사건 설계가 다시 한 번 템포를 바꿀 수 있다.
한석규와 배현성 사이에 놓인 연결고리, 통쾌함과 여운을 동시에 책임지는 김상호, 그의 화면 비중이 크지 않아도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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